그런데 바로 지난주였죠. 이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화가 가시화됐습니다. 현지시각 1일, 뉴욕 커뮤니티 뱅코프의 4분기 실적을 통해서였는데요. 2억 6천만 달러의 손해를 봤다고 공시했는데, 그 중 눈 여겨봐야 할 부분은 ‘대손충당금’ 부분이었습니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이나 금융기관이 대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비해서 마련해놓는 자금인데요. 이게 예상치였던 4500만 달러의 10배를 웃도는 수준인 5억 5200만 달러로 크게 늘어났던 겁니다. 상업용 부동산 부문에서의 부실 대출 위험이 커지면서 충당금 적립률을 높였다고 설명했는데요.
사실,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에 대한 경고는 꾸준히 있었습니다. 올해 미국의 오피스 빌딩 소유주들이 갚거나 리파이낸싱 해야 할 상업 저당 대출 규모는 1170억 달러에 달하고, 2025년 5600억 달러, 2027년에는 2조 2천억 달러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곧 만기가 다가오는 605개의 오피스 중 약 3분의 1이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건물에 설정돼 있는 대출액이 너무 많거나 임대 실적이 저조해서, 연간 세전 수입이 부채의 9%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 해당됐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유로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가 초래된 걸까요? 가장 먼저,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무디스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공실률은 19% 구간까지 빠르게 올라왔는데요. 보통 업계에서는 20% 구간을 침체 구간으로 해석합니다. 이처럼 공실률이 급등하고 있는 이유는, 팬데믹 이후 미국 사회에서는 재택 근무가 정착하고 기업들도 점차 사무 공간을 줄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실 증가와 함께 고금리도 직격탄이 됐는데요. 그 전에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상환 방식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출 원금과 이자 총액을 대출 기간으로 나눠서 매월 일정하게 상환하는 ‘원리금 균등 분할 상환’이 통상적인 주택담보대출 시장과 달리,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평소에는 이자만 납입하다가 만기에 원금을 한번에 갚는 ‘만기 일시 상환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만기일이 다가올수록 상환 부담이 커지는 구조인 건데요.
그런데 문제는 대출의 상당수는 10년 전 저금리 시대에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연준이 강하게 긴축 페달을 밟으면서 기준금리가 5%대까지 크게 오르자 상업저당대출 금리는 2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반면 부동산 담보 가치는 가라앉자 소유주들로서는 수십억 달러의 손실이 초래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특히 지역 은행들을 중심으로 부실 대출 위험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데요. JP모간은 자산규모가 1000억 달러 미만인 소형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이 28.7%로, 대형 은행보다 네배 이상 높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미국 은행들이 보유한 상업 저당 대출의 40%가 담보 대상의 자산 가치를 뛰어넘었다는 학계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를 조명하게 만든 뉴욕 커뮤니티 뱅코프의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하루 만에 30% 이상 급락했고, 다음날도 10% 이상 내리며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였고요. 지난 금요일 장에서 많이 회복하긴 했지만,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많은 다른 지역 은행들의 주가도 뉴욕 커뮤니티 뱅코프 실적 발표일이었던 31일과 1일 기준으로 크게 내렸습니다. 아칸소주 지역은행인 오자크 은행과 뉴저지주 밸리내셔널 뱅코프도 이틀 동안 각각 13%, 14% 가까이 하락했고요. 또, 미국 지역 은행들의 주식에 투자하는 지역은행 ETF들도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아이셰어즈 US 지역은행 ETF는 뉴욕 커뮤니티 뱅코프의 실적 발표 당일 5%가까이 내렸고, SPDR S&P 지역은행 ETF도 6% 정도 하락했습니다.
이 같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로 인한 은행 위기 우려는 미국을 넘어 세계 곳곳으로도 확산하고 있는데요. 독일의 도이체방크는 상업용 부동산 포트폴리오가 전체 대출의 8%에 달하는데요. 지난해 4분기 미국 상업용 부동산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전년 동기 대비 약 네 배 정도로 늘린다고 밝혔습니다. 또 일본의 아오조라 은행도 총 대출 4조엔 중 2800억 엔 가량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인데, 이번 부동산 위기 가능성이 거론되며 주가가 20% 넘게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렇게 뉴욕 커뮤니티 뱅크 발 불안의 전염 가능성이 우려만큼 크지 않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지난해 실리콘밸리 사태 때 파산했던 시그니처 뱅크를 인수하며 관련 규제 비용이 늘어나 손실 폭이 커졌지만, 다른 은행의 손실 규모는 이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건데요. 관련해서 파이퍼샌들러의 마크 피츠기본 애널리스트는 “뉴욕 커뮤니티 뱅코프는 감고 있던 붕대를 뜯은 것이라며, 그들은 회복되고 있고, 상황이 더 악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미국에서 문제가 터진다면 국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당연합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연기금·공제회의 해외 대체 투자 잔액은 1153억 달러로 집계됐는데, 이 중 부동산은 416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처럼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저금리 시기에 미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대거 늘렸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미국 상업용 부동산발 은행 위기를 간과하지 말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겠죠? 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이었습니다.
조윤지 외신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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