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많이 모이는 설 연휴에는 응급실 내원 환자가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어난다. 뜨거운 기름이나 물에 화상을 입거나,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리는 등 원인은 다양하다. 그런데 응급 상황에서 사용하는 민간요법이 상태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김건 이대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 상황에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사용해 상태가 악화돼 오는 환자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화상 직후 소주·감자 등으로 처치? "증상 심해질 수도"
화상은 대량의 음식을 요리하는 명절에 가장 많은 환자가 생기는 질환이다. 주로 뜨거운 기름, 물, 전기장판 등이 원인이다. 화상 부위에 소주를 부어 열을 내리고 소독을 하는 민간요법이 알려져 있지만, 오히려 부종과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알코올을 부으면 환부의 모세혈관이 확장돼서다. 열을 내리기 위해 얼음, 감자, 오이 등을 대고 있기도 한데, 이 역시 감염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김건 교수는 "화상을 입은 즉시 흐르는 찬물로 환부를 씻어내고 15분 이상 찬물에 담가두는 것이 좋고, 차가운 물에 적신 깨끗한 수건이나 거즈 등으로 환부를 덮고 응급실로 와야 한다"며 "물집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이때 물집을 집에서 터트리면 심한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심한 화상은 반드시 응급실을 방문해 소독 등 적절한 처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맨밥·식초로 목에 걸린 가시 제거도 '위험'
명절 음식에 자주 등장하는 생선 요리를 먹다가 가시가 목에 걸리는 사람도 있다. 가장 잘 알려진 민간요법은 '맨밥 한 숟가락 삼키기'다. 그러나 맨밥을 삼키면 가시가 더 깊이 박히거나, 식도에 구멍을 만들 수 있다. 레몬이나 식초 등을 먹어 가시를 부드럽게 하거나 녹이는 민간요법도 있다. 하지만 레몬이나 식초가 상처 입은 식도를 자극하면서 식도염이 유발될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김건 교수는 "깊이 박힌 가시가 아니라면 따뜻한 물을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빠지도록 유도해볼 수 있지만, 이렇게 해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깊이 박힌 상처는 응급실을 찾아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며 "가정에서 인위적으로 가시를 빼기 위해 일부러 구토를 하거나 소독되지 않은 핀셋, 손가락 등을 목 안쪽으로 집어넣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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