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00개 대형 상장기업을 대표하는 벤치마크 S&P 500 지수가 역사상 처음으로 5천선을 돌파했다. 현지시간 8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장 마감직전 5,000.4포인트를 기록해 역사를 새로 썼다. 다만 지수 상승폭은 여전히 제한을 받아 전 거래일보다 2.85포인트, 0.06% 오른 4,997.91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올해 들어 5.4%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왔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압력으로 3,500선까지 밀렸던 2022년 10월 대비 43%,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이어진 지난해부터 1년간 22.5% 뛰었다.
나머지 대형지수도 이날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8.97, 0.13% 오른 3만 8,726.33으로 최고치에 다시 근접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37.07포인트, 0.24% 오른 1만5,793.72를 기록했다.
● '손정의 베팅' Arm 장중 64% 폭등.."인공지능 붐 이제 시작"
영국 반도체 설계전문 기업인 Arm홀딩스가 2023회계연도 3분기 실적을 공개한 직후 뉴욕증시에서 폭발적인 상승을 기록했다. Arm홀딩스는 지난 분기 매출 8억 2,400만 달러로 월가 컨센서스인 7억 6,100만 달러를 뛰어넘었다.
지적재산권에 기반한 라이선스 수익이 3억 5천,40만 달러로 18% 늘었고, 각종 첨단 기기들에 사용한 반도체기술 로열티로 4억 7천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 일회성 비용을 떼어낸 주당순이익은 29센트로 전망치 25센트를 상회했다.
Arm홀딩스는 다음 분기 전망치도 기대 이상의 목표를 제시했다. 예상 매출은 8억5천만 달러에서 9억 달러로 컨센서스 7억 8천만 달러를 1억 달러 이상 뛰어넘었고, 주당순익은 28~32센트로 전망치 21센트를 가뿐히 넘겼다.
르네 하스 Arm홀딩스 최고경영자는 "수년 전 수립한 전략이 결실을 맺고 있다"면서 "인공지능 붐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밝혔다.
Arm은 저전력 반도체 설계에서 강점을 보이며 애플 M3, A17프로 칩 등이 주된 매출을 차지해왔다. 여기에 2021년 선보인 v9플랫폼 기반 서버칩 수요가 증가하고 테슬라, 포드, 삼성 등 글로벌 기업 제품에 탑재되면서 사업분야 확장을 이뤘다. 르네 하스는 "지난 분기 핵심 스마트폰 시장이 강력한 회복세를 보였다"면서 다음 분기 호실적을 예고했다.
이날 Arm홀딩스는 장중 64% 폭등한 122.84달러를 기록해 기업공모 가격의 두 배를 기록했다. 이날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47.9% 오른 113.89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약 90% 이상, 9억 2,970만 주를 보유하고 있는 소프트뱅크는 이날 Arm 주가 상승으로 자산 가치가 400억 달러 이상 증가한 1,120억 달러를 기록 중이다. Arm은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그룹이 2016년 320억 달러에 인수한 뒤 지난해 9월 나스닥에 ARM 티커로 상장했다.
비전펀드를 포함한 소프트뱅크 그룹도 이날 5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소프트뱅크의 지난해 4분기 연결 순익은 약 9,500억 엔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말 미국 주요 통신사인 T모바일로부터 76억 달러 상당의 무상 지분을 얻은 효과다. 소프트뱅크 그룹 주가도 이날 도쿄증권거래소에서 11.05% 강세를 보였다.
● 시장 불안감 드러낸 채권..국채 입찰 호조에도 상승세
이날 주식시장과 달리 채권시장은 불안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6bp 오른 4.158%,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은 3.8bp상승한 4.46%를 기록했다. 이번주 미 재무부의 신규 국채발행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해소했지만, 하루 앞으로 다가온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수정치 발표로 인한 긴장감이 지속됐다.
미 30년물 국채 경매는 이날 4.360%로 직전 시장 금리인 4.376%를 밑돌았다. 30년물 국채금리도 이내 급락했으나 오후들어 낙폭을 줄여 전날보다 4.8bp 오른 4.357%에 그쳤다. 하루 전 진행된 420억 달러 규모의 10년물 국채 경매도 낙찰금리 4.093%로 시장 대비 양호한 성적을 냈다.
그러나 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 공개된 고용지표와 현지시간 9일 오전 8시30분 미 노동통계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수정치에 주목했다.
미 노동통계국(BLS)는 이에 대해 "매년 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되면 직전 해의 물가 변동을 반영하기 위해 계절조정계수를 다시 계산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정치는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의 CPI 데이터에 모두 반영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넷얼라이언스 증권의 앤드류 브레너 전략가는 "CPI 수정치가 최근의 양호한 인플레이션 지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헤드라인 CPI는 지난해 12월 3.4%로 전년도 6.5%에서 하락했고, 전월대비 0.3% 상승했다.
이날 오전 미 노동부 발표도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지난 3일 기준 주간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가 21만 8천건으로 직전 주 대비 9천건 감소했고, 2주 이상 실업으로 계속실업수당 청구한 건수도 187만1천건으로 2만 3천건 줄었다. 3주만에 강한 고용지표를 재확인한 시장은 이날 긴축 지속에 대한 우려를 그대로 노출했다.
● 실적보다 가이던스..핀터레스트, CEO 발언에 주가 널뛰기
개별 기업 중에 전날 호실적과 게임사 인수 계획을 밝힌 디즈니가 11.5%로 주당 110.54달러에 올랐고, 페이팔홀딩스는 가이던스 부진에 11.24% 급락했다. 장 마감후 실적을 공개한 미 소셜미디어 기업인 핀터레스트도 예상보다 약한 수익 전망치에 이날 시간외 거래에서 오후 4시 10분 전날 대비 28% 폭락했다. 다만 핀터레스트는 컨퍼런스콜에서 구글과의 파트너십 발표하며 낙폭을 대폭 줄였다.
핀터레스트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12% 증가한 9억 8,100만 달러로 예상을 소폭 상회했고, 조정 주당순이익은 53센트로 전망치 51센트를 웃돌았다.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11% 증가한 4억 9,800만 명으로, 애널리스트 예상치인 4억 8,7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1분기 매출 전망치는 전년대비 15~17% 증가한 6억 9천만 달러에서 7억 5천만 달러로 제시해 6억 9,750만 달러인 월가 전망치 중간값에 미치지 못했다.
출렁이던 주가는 빌 레디 최고경영자가 컨퍼런스콜에서 "다른 플랫폼 앱과 구글 등과 협업하겠다"는 발표에 낙폭을 7%까지 줄였다. 메타를 비롯한 주요 플랫폼 기업들은 올해들어 온라인 광고 시장 성과에 따라 주가 희비가 갈렸다. 스냅은 앞서 실적 발표 이후 35%가량 폭락해 시장에 놀라움을 줬다.
● 블링컨 순방도 효과없다..위기 속 국제유가 급등
미국의 외굑적인 휴전 협상 중재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갈등이 재고조되며 국제유가가 3%대 급등했다. 전날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하마스가 제안한 인질 교환 등 휴전 조건을 공개적으로 거부하고 교전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문 직후 휴전 무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3.52% 뛴 배럴당 76.46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3.22% 오른 배럴당 81.76달러에 달했다.
한편 미군은 이란에 대한 보복 공습으로 중동 불안을 증폭시켰다. 미 중부사령부는 성명에서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친이란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 지휘관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중동 지역 내 예멘 반군 후티의 홍해 선박 공격이 지속되면서 미국 의류·신발 협회 등은 선상 보호를 위한 각국 정부의 지원을 호소하는 성명을 보내는 등 공급망 불안감이 재차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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