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봉투 성과급을 받아 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를 중심으로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직원들의 노동조합 가입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 가운데 최대 규모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의 조합원은 지난 5일 기준 1만6천600여명이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직원 12만명의 약 14% 수준이다.
전삼노 조합원 수는 지난해 9천명 수준을 유지하다가 성과급 예상 지급률이 공지된 12월 말에 처음 1만명을 돌파한 이후 한 달여 만에 66%가량 늘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사내 게시판 나우톡에는 노조 가입 인증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노조 가입 급증은 성과급을 둘러싼 논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반도체 업황 악화와 실적 부진에 삼성전자 DS부문의 지난해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은 연봉의 0%로 책정됐다.
DS부문의 목표달성장려금(TAI) 지급률도 작년 하반기 기준 평균 월 기본급의 12.5%로 상반기(25%)의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DS부문 내에서도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는 0%다.
삼성전자 DS부문 직원들은 작년 초를 포함해 거의 매년 OPI로 최대치인 연봉의 50%를 받았다. TAI는 2022년 상반기에 최대치인 100%, 하반기에 50%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최악의 반도체 불황에 DS부문 연간 적자가 15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이번에는 많은 직원이 '빈 봉투'를 받게 됐다.
작년 말 OPI 예상 지급률 공지 이후 계속 뒤숭숭하던 사내 민심에 불을 붙인 소식은 경쟁사 SK하이닉스의 격려금 지급이다.
마찬가지로 반도체 한파와 대규모 적자를 겪은 SK하이닉스는 구성원들에게 1인당 자사주 15주와 격려금 200만원 지급을 결정했다.
SK하이닉스의 격려금 발표 후인 지난달 31일 열린 삼성전자 임직원 소통 행사 '위톡'에 DS부문장인 경계현 사장이 직접 참여해 소통에 나섰으나 직원들의 불만을 진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같은 날 전삼노도 경 사장을 만나 직원들 사기 진작을 위한 격려금 200% 지급 등을 요청했지만, 사측은 현재 지급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삼노도 더 많은 직원이 뭉쳐 큰 힘을 낼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노조 가입 여부를 사측이 알 수 없고, 가입해도 불이익이 없다는 점도 강조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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