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한미사이언스 주총서 표대결 불가피
"경영권 분쟁 이슈로 당분간 주가 변동 예상"
OCI그룹과의 통합을 발표한 한미약품 오너일가가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주주제안권을 행사했는데요.
해당 내용 증권부 김대연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김 기자, 주주제안엔 어떤 내용이 담겼습니까?
<기자>
주주제안에는 다음 달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종윤·종훈 사장을 비롯해 이들이 지정한 4명의 이사 후보자가 새로운 이사로 선임될 수 있도록 안건을 상정해달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임종윤 사장이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이고, 임종훈 사장은 차남이죠. 결국 이들 형제와 한미그룹 모녀인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겁니다.
한 달 전, OCI그룹 지주사 OCI홀딩스가 한미약품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인수한다고 밝혔는데요. 동시에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도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통합은 한미약품 모녀의 주도로 이뤄졌는데, 임종윤 사장이 SNS를 통해 "두 기업 간 통합과 관련해 어떤 정보나 자료도 전달받은 적이 없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다만, 지금은 이들 형제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소속되지 않았기 때문에 OCI홀딩스와의 합병 결정 시 이사회 동의 절차에 참여하지 못하는데요.
이번 주주제안을 두고 임종윤·종훈 사장 측 관계자는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진은 제약산업 경험과 전문성이 전무하다"며 "제약산업과 관련된 경험과 식견, 전문성을 갖춘 이사진의 보강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임종윤·종훈 사장이 한미약품과 OCI 그룹 간 통합에 반대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지 않았습니까? 어느 쪽이 승리할 가능성이 큰 겁니까?
<기자>
네, 이들 형제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이뤄진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무효라며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요. 첫 심문기일은 오는 21일입니다.
일단 업계에서는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한미그룹도 이번 통합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의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지 않더라도 다음 달 주총에서 경영권 확보를 위한 표대결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한미사이언스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모녀의 합산 지분율이 19.85%, 임 형제가 19.32%로 비슷한 수준인데요. 우호 세력 측 지분율을 더해도 박빙입니다. 이 때문에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어느 편에 서는지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번 통합 과정의 캐스팅 보트를 쥔 신 회장은 임성기 선대 회장의 고등학교 후배인데요. 현재 모녀와 형제 사이에서 중립을 고수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면서 주가 변동성도 커질 텐데요. 실제로 한미사이언스 주가도 OCI그룹과의 통합을 발표한 이후 급등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한미사이언스는 상한가를 찍은 이후 약 한 달 동안 5거래일을 제외하고 내내 파란불을 켰습니다. 지금도 주가가 거의 제자리로 돌아왔는데요. 한미약품과 OCI, OCI홀딩스 모두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경영권 분쟁에 대한 조짐이 나타날 때부터 주가 변동성을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는데요.
하나증권은 "한미사이언스의 잠재적 오버행(대규모 잠재적 매도물량) 우려가 해소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고요. 대신증권 측은 "상속세 이슈가 해소된 것과 지배구조 개선과 현금 흐름 확보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이들의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게 되면서 향후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보기 드문 이종 기업 간 결합이다 보니 사업적 시너지가 단기간에 발생하긴 어려울 수 있어 향후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과 사업 전략도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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