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가 홍콩에서 열린 친선 경기에 '노쇼'를 해 성난 여론이 중국에까지 미친 가운데 메시가 소속된 인터 마이애미의 공동 구단주인 데이비드 베컴이 춘제(春節·설)를 맞아 중국 팬들에게 새해 인사를 건넸다가 맹비난을 받았다.
13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베컴은 전날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중국어로 새해 인사를 올렸다. 영상에서 베컴은 중국어와 영어로 "용의 해를 맞아 모든 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가족,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를 바란다"고 인사했다.
영상 속 베컴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빨간색의 목도리를 두르고 젓가락으로 국수를 먹고 있었다.
그러나 해당 영상에 중국인들은 "중국에서 나가라", "뻔뻔하다", "티켓을 환불하라" 등의 댓글과 욕설을 달았다.
명보는 "메시의 홍콩 노쇼에 홍콩과 중국 팬들이 분노한 파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베컴이 중국 국민에 보낸 새해 인사도 이를 식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주중 아르헨티나 대사관 웨이보 계정에 "포클랜드 제도는 영국의 신성한 영토"라는 주장을 펼치거나 소고기 등 아르헨티나산 제품의 중국 시장 진입을 금지할 것을 촉구하는 등 좀체 화가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
영국과 아르헨티나는 1982년 포클랜드의 영유권을 놓고 전쟁을 치러 양측에서 900여명의 희생자를 낸 끝에 영국이 승리했다.
앞서 메시는 부상을 이유로 지난 4일 홍콩에서 열린 소속팀 인터 마이애미와 홍콩 프로축구 올스타팀 친선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해당 경기 입장권 가격이 최고 83만원까지 치솟는 와중에도 홍콩은 물론 중국 본토와 인근 동남아 지역에서 메시를 보기 위해 온 약 4만명의 팬은 환불을 요구했다.
그가 불과 사흘 뒤인 7일 일본에서 열린 친선경기에는 30분간 출전해 홍콩 팬들의 분노가 더욱 거세졌다. 결국 친선경기 주최사인 태틀러는 지난 9일 티켓값 50%를 환불하겠다고 발표했다.
'노쇼 사태'의 여파로 다음 달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의 친선경기 두 개도 모두 취소됐다고 AFP 통신이 10일 보도했다.
메시가 주장으로 뛰는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은 다음 달 18∼26일 중국 친선경기 투어를 계획했다. 이 기간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항저우에서 나이지리아 대표팀, 베이징에서는 코트디부아르 대표팀과 경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베이징시 축구협회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베이징은 현재로서 리오넬 메시가 출전하는 경기를 주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 전날에는 항저우시가 다음 달 개최 예정이던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축구 대표팀의 친선경기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AFP는 "일부 민족주의 정치인과 매체들은 메시의 홍콩 노쇼와 이후 일본에서의 출전이 중국을 무시한 것이라고 해석한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