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행사에서도 화두는 AI의 활용이었습니다. 그만큼 가장 관심을 끈 참가자도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이었는데요. 이들 외에도 메타와 비욘드 리미츠 등 세계 주요 기업들의 AI 분야 전문가 100여명이 참석해 AI가 적용된 미래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현지시각 13일에 열린 대담에서, 샘 올트먼은 AI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는데요. 지금의 AI를 초기의 흑백 화면 휴대전화에 비교하면서 이후 아이폰 등장까지 수십년이 걸린 것처럼, AI도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고, 10년 내로 놀랄만한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AI의 낙관적 미래를 위한 ‘많은 협업과 노력’을 강조한 샘 올트먼. 얼마전 자체 AI 반도체 개발과 생산공장 건설을 위해 무려 5조~7조 달러 규모의 자본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요. 우리 돈으로 따지면 최대 약 9천 300조원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최근 전세계 기업들을 돌면서 AI와 반도체 관련 기업을 만나는 것도 이러한 AI 동맹으로 역량을 결집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AI 반도체 기업들을 만나는가 하면, 아랍에미리트의 AI기업인 G42 소유주를 만나는 등 오일머니 확보에도 나선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세계적인 파운드리 회사인 대만 TSMC와 수차례 접촉하고,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체 ARM을 보유한 일본의 소프트뱅크 그룹 등과도 논의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오는 21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리는 인텔의 행사에 특별 연사로 참석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는데, 외신들은 이 행사를 계기로 올트먼이 겔싱어 인텔 CEO와 AI 반도체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수년 안에 10여개의 반도체 생산 시설을 건설하고 이를 대만 TSMC 운영에 맡기겠다는 ‘큰그림’을 구상중인데요. 다시 말하자면, 현재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AI 반도체 동맹 구축에 나선 겁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장 엔비디아도 견제에 나섰습니다. 젠슨 황 CEO는 세계 정부 정상회의 대담 프로그램에서 “빠르게 제조하도록 성능이 향상되고 있는 반도체 산업 덕분에 AI 비용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밝힌건데요. 이는 올트먼이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성을 낮추기 위해 이유로 든 높은 가격에 대한 반격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또 올트먼이 문제를 제기한 게임 기반 엔비디아 GPU의 성능 호율성에 대한 반격으로 맞춤형 AI 반도체를 설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AI 반도체 분야의 지각변동은 국내 AI 업계에도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난달 방한에서의 성과를 계기로 국내 기업들이 올트먼 CEO가 구축할 ‘AI 반도체 동맹’에 올라탄다면, 국내 기업에도 또 다른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올트먼 CEO가 TSMC와 손을 잡을 경우 삼성전자와 TSMC간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올트먼 CEO의 AI 반도체 동맹이 구상 단계에 있는 만큼 실제 투자 유치 가능성과 실현 여부 등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전체 매출액이 5천 270억 달러 수준이었고, 반도체의 높은 수요를 감안해도 2030년이 돼야 매출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7조 달러라는 이번 투자 유치 계획은 반도체 시장의 판을 송두리째 바꿀 만한 규모인 동시에 비현실적으로 천문학적인 규모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찌됐든 샘 올트먼의 투자 계획과 엔비디아의 경쟁, 양사가 논쟁을 벌일수록 양사를 향한 시장의 기대는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픈AI는 설립 7년만인 지난해 20억 달러 매출을 돌파했는데요. 파이낸셜타임스는 “매출 10억 달러 달성에 구글은 5년이 걸렸고, 메타는 6년이 걸렸다”면서 “오픈 AI도 두 회사처럼 고속성장 회사 반열에 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강력한 모델을 개발함에 따라 매출이 지출을 뛰어넘을 것으로 분석했고요.
엔비디아 역시 승승장구 중입니다. 어제 엔비디아는 장중 3% 이상 오르면서 장중 한때 시총이 알파벳과 아마존을 제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에 이어 3위에 올랐었는데요. 엔비디아 시총이 아마존을 넘어선 건 2002년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제2의 엔비디아로 꼽히는 ARM 오늘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어제까지 3거래일 동안 90% 넘게 오르기도 했습니다.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앞으로도 크다는 낙관적인 평가가 대다수인데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비벡 아리아 애널리스트는 “최근 메타나 아마존 등의 실적에서 클라우드 관련 결과를 볼 때, 기업들이 AI를 위한 지출을 하도록 강한 동기를 부여한다”고 평가했고요. 경계론도 동시에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석학인 다모다란 뉴욕대 교수는 “단지 AI란 단어만 보이면 그 기업에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엔비디아가 두드러지게 고평가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연일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AI 관련 기업들. 올해, 그리고 앞으로 어디까지 성장할지 기대가 되는데요. 다음주 현지시각 21일에 있을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또 한번 분수령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이었습니다.
조윤지 외신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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