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쇼핑천국으로 불렸던 홍콩이 중국인들 사이에 이제는 저렴한 '당일치기 여행지'로 인식되고 있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다른 도시들과의 가격, 볼거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홍콩은 중국 본토인들에게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이 같이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홍콩 관광업계는 많은 중국 본토 여행객들이 춘제(春節·설) 연휴 기간 '당일치기'로 홍콩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콩 이민국의 예비 자료를 인용, 춘제 연휴 첫 사흘(10∼12일)간 약 47만1천490명의 중국 본토인이 홍콩을 찾았으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의 방문객 62만3천521명의 76%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많은 중국 관광객은 홍콩 사치품과 면세품 시장의 '큰손'으로 통했으나, 지난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홍코에서 사치품 소비 대신 저렴한 체험 관광으로 눈을 돌렸다.
홍콩관광업협회 딕키 입 회장은 SCMP에 "홍콩의 매력은 전반적으로 약해졌다"며 "예전에는 쇼핑 천국이었지만 지금 사람들은 같은 물건을 중국 본토에서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관광객이 아침 일찍 홍콩에 도착해 같은 날 돌아가는 당일치기 여행이 증가했다면서 "그들은 홍콩에서 돈을 쓰는 대신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고 말했다.
SCMP는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훙수에 '홍콩 당일치기' 검색어가 조회수 5천400만여회를 기록하며 인기라고 전했다.
이어 해당 게시글에는 24시간 이내에 홍콩의 주요 볼거리를 단돈 300위안(약 5만5천원)만 쓰면서 구경하는 법을 알려주는 지도와 여정, 저렴한 식당과 교통수단 등이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국이 지난 몇 년간 남부 하이난을 '면세 천국'으로 적극 육성하면서 이제 중국 본토인들이 홍콩으로 사치품을 쇼핑하러 오는 것은 옛말이 됐다.
중국 주민들은 하이난에서 면세품 쇼핑에 연간 10만위안(약 1천850만원)까지 쓸 수 있지만 홍콩에서는 입경 때마다 5천위안(액 93만원)씩만 쓸 수 있다.
홍콩중문대 사이먼 리 명예연구원은 SCMP에 "중국 경제가 여전히 도전에 직면해 있어 관광객들은 돈을 현명하게 쓰려한다"며 "그들은 홍콩에서 이삼일 머무는 대신 하루 여행을 하려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홍콩과 중국 간 고속철 등 편리한 교통수단과 중국 선전의 저렴한 물가가 중국인들의 홍콩 당일치기 여행을 이끈다고 덧붙였다.
SCMP는 홍콩 서구룡의 5성급 리츠칼튼 호텔은 하룻밤 숙박비가 약 4천50홍콩달러(약 69만원)인 반면, 인접한 중국 선전의 리츠칼튼 호텔은 유사한 방 요금이 하루 1천210홍콩달러(약 21만원)라고 짚었다..
리 연구원은 마카오만 해도 포르투갈식 요리와 카지노 등으로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홍콩의 많은 매력은 중국 본토에서 더 저렴하고 쉽게 즐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콩은 (물가가)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