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보험사 순익 큰 폭 성장
"올해도 성장세 지속…투자손익 변수"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원년이었던 지난해 주요 보험사들이 큰 폭의 실적 성장세를 나타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이날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2023년 연결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19.7% 증가한 1조8,953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IFRS17 도입으로 역마진이 크게 개선되고 양질의 보유계약을 확대하면서 양호한 실적을 냈다"며 "특히 하반기 고수익 건강상품을 확대하고 상품 경쟁력을 강화한 결과 건강보험 계약서비스마진(CSM) 비중이 45%까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IFRS17는 보험사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새 회계제도로, 현재 시장금리를 반영하기 때문에 과거 판매했던 상품이 고금리 확정형 상품이라면 보험사가 지불해야 할 부채 규모가 커진다. 반대로 수익성이 높은 장기건강보험 상품을 많이 보유한 경우 보험사의 순익 지표인 CSM 규모가 확대된다.
실제 주요 보험사들은 공시를 통해 지난해 큰 폭으로 성장한 연간 실적 잠정치를 공개했다. 삼성화재는 2023년 전년보다 41.9% 성장한 1조8,216억 원의 잠정 순익을, DB손해보험은 무려 77.1% 급증한 1조7,494억 원, 메리츠화재도 84% 급증한 1조5,750억 원의 순익을 냈다. 롯데손해보험은 순익 3,024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치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생명은 100.9%나 뛴 1,155억 원, 한화생명은 1.17% 증가한 8,260억 원의 순익을 각각 공시했다.
금융지주계열 보험사들의 순익도 지난해 크게 성장했다. KB손해보험은 전년 대비 35.1% 증가한 7,529억 원, KB라이프생명은 88.7% 성장한 2,562억 원의 순익을 냈다. 같은 기간 신한라이프도 5.1% 증가한 4,724억 원의 순익을 내며 신한카드에 이어 비은행부문 순익 2위를 기록했다.
다만 이 같은 '역대급 성장'과 관련해 IFRS17 착시 효과가 반영됐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새 회계기준에 따라 주요 지표로 떠오른 CSM의 경우 각사별로 산정 기준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계리적 가정을 얼마나 낙관적으로 적용하냐에 따라 실적 개선폭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논란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4분기 IFRS17의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실손의료보험의 계리적 가정, 무·저해지 보험 해약률 가정 산출 기준 등이 담겼다.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금에서 실제 지급한 보험금을 제외한 금액을 의미하는 '예실차' 오차가 5%를 넘지 않도록 당국은 권고하고 있다.
앞서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지난 달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관련해 "회계제도 변경과 보험영업의 실적 개선이 보험사의 회계상 이익 급증을 가져왔다"며 "CSM의 규모를 좌우하는 기초율에 대한 시장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올해 역시 보험사들의 실적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와 금리 변동성에 따른 투자손익 변화는 관전 포인트로 지목됐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실장은 "올해 역시 IFRS17 제도 하에 영업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CSM 규모 자체가 크게 변동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올해는 회사별로 현재 투자한 자산의 리스크에 따라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이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따른 투자손익이 실적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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