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개발할 수 있는 땅은 전부 개발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풀기로 했습니다.
사실상 소멸 위기에 봉착한 지방에 돈과 사람을 끌어들이겠다는 계산이지만 그만큼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나옵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부동산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개발제한구역, 그러니까 그린벨트를 정말 다 풀겠다는 겁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 1971년 도시 주변 녹지를 보존하고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 처음 도입된 그린벨트는 전국 14개 도시권, 총 5,397㎢가 지정됐습니다. 전 국토의 5.4%를 차지하는데요.
이후 정권에 따라 주택 공급이라든가 규제 완화를 통해 점차 해제되면서 현재는 7대 광역도시권에 3,793㎢, 전체 국토 면적의 3.8%가 남아 있습니다.
사실 이미 2년 전에 100만㎡, 그러니까 여의도 면적의 3분의1에 해당하는 정도의 면적까지 각 지방자치단체가 직권으로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둔 상태이긴 하고요.
게다가 반도체나 방위산업, 원전과 같은 국가전략산업으로 개발될 경우에는 100만㎡를 넘어도 상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지역전략산업의 경우도 이 그린벨트 해제 총량에서 제외해준다는 겁니다.
이와 함께 어떤 식으로든 개발이 불가능했던 환경영향평가 1·2등급지도 해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린벨트 외에 농업 생산 관련 용도로만 쓸 수 있고 다른 개발 행위는 엄격히 제한된 농업진흥지역도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풀어주기로 했습니다.
환경평가 1급지와 절대농지도 풀어준 이상 사실상 비수도권에 있는 땅은 전부 개발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앵커>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규제를 푼 건 처음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동안 지자체가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는 총량이 제한돼 산업단지가 기업 수요에 미치지 못하거나 계획 단계에서 무산되는 사례가 있었고,
군 공항을 옮기는 데 해제 총량을 소진하면 첨단산업단지를 만들기 어려워지는 지역도 있었습니다.
정부가 20년 만에 그린벨트 규제를 전면 개편함에 따라 비수도권 지역의 숙원사업으로 꼽히는 사업들도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정부에 따르면 지역전략사업 선정이 빠르면 오는 3분기, 늦어도 연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내년에는 이들 비수도권 지역의 그린벨트 해제가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앵커>
그린벨트는 그렇고, 농지 규제는 어떻게 풀리는 건가요?
<기자>
농업생산 용도로만 이용 가능한 '절대농지'의 경우 3헥타르(㏊) 이하 소규모 자투리 농지에 한해 지역 주민이나 인근 산업단지를 위한 편의시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했습니다.
도로나 산단개발 탓에 작게 쪼개져 기능을 상실한 이상 굳이 원래 용도를 유지할 필요가 없을 테니, 차라리 주민들을 위한 문화시설이나 산단 편의시설을 지으라는 목적이고요.
이런 식으로 풀 수 있는 절대농지가 전국에 총 2만1천㏊ 정도로 추산됩니다.
그린벨트 규제와 함께 농지까지 손을 대면서 기업이 산업단지, 물류단지 등 공장이나 주택을 많이 지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건데요.
정부 관계자의 설명으로 듣겠습니다.
[진현환 / 국토교통부 1차관: 현재 토지이용규제기본법에 등록된 규제만 336개입니다. 필요성을 상실한 낡은 규제는 일몰제 도입과 일괄 해제 절차를 신설해 빠르게 개선해 나갈 계획입니다. 토지이용규제기본법에 등록되지 않은 규제는 새롭게 지정되지 못하도록 관리체계 마련을 추진하겠습니다.]
<앵커>
시장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사실상 소멸 위기에 처한 비수도권에 산소 호흡기를 댄 정책이라고 봤습니다.
권대중 교수와 이은형 연구위원의 설명으로 연달아 듣겠습니다.
[권대중 /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 공장을 신·증설하는 게 꼭 필요한 경우, 공장이 조금 더 늘어나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라고 하면 해제해도 된다고 봅니다.]
[이은형 /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반도체 같은 경우) 내수형 산업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넓은 영업 범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계획(토지 규제 완화 등)대로 이러한 산업들이 충분히 육성된다면 한국의 경제성장에도 충분히 도움이 될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일종의 안전 장치로 꼽혔던 총랑 규제와 대부분이 산 정상인 1·2등급지까지 풀어버린 만큼 난개발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고 국제 기준도 강화되고 있는 상황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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