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교육계 원로가 "의대 증원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연착륙하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23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희철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의학한림원 부원장·고려대 의대 교수)은 "전공의들이 환자를 떠나는 건 안타깝지만, 그들 입장에서 생각하면 갑작스러운 건 사실"이라며 조심스레 운을 뗐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교육부의 인정을 받아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을 평가·인증하는 기관이다. 한 이사장은 의학계 석학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부원장을 겸임하고 있으며,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과 고려대 의대 학장을 역임했다.
한 이사장은 "의학한림원에서도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건 아니고,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로 의료 이용량이 늘어날 것이므로 의사를 늘리는 것 자체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규모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문제"라고 봤다.
의학한림원은 의학 교육의 질을 저하하지 않기 위해 350∼500명 증원을 시작으로 의대 정원을 유연하게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KAMC에서도 의약분업 당시 감축했던 350명 정도를 늘리는 게 적절하다고 해왔다.
한 이사장은 "첫해에는 350명 정도 늘리면 의학교육 시스템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며 "부족한 의사 수는 논란이 있으므로 좀 더 연구해서 정밀하게 추계하고 우리 사회가 수용할 만한 숫자를 정한 뒤 증원 규모를 점차 늘려가는 식으로 준비하는 게 맞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증원 폭이 2천명으로 크다 보니 증원을 찬성하던 쪽도 당황스럽고, 의학 교육 현장의 걱정이 무엇보다 크다"며 "정부가 교육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전공의의 집단 사직과 의대생들의 휴학에는 의사이자 스승으로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전공의나 의대생 입장에서는 그들의 미래가 달린 일이니 무작정 돌아오라고 말하기도 쉽지 않다"며 "더욱이 의사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의대생과 전공의 모두 회의에 빠진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사태가 여기까지 이른 게 안타깝지만 의사들이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환자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사회가 그들의 고민에 귀 기울이는 동시에 의료계도 국민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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