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 22일 미국 뉴욕증시는 공매도 투자자들에게 최악의 하루로 남게 됐다. 엔비디아는 전날 오후 깜짝 실적 발표로 인공지능 반도체에 대한 폭발적인 기대를 일으키며 반도체주와 나스닥, S&P500 등 전체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5.23포인트, 2.11% 오른 5,087.03으로 사상 최고가를 썼고, 나스닥도 460.75포인트, 2.96% 급등해 1만 6,041.62를 기록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도 편입종목인 세일즈포스(CRM, 3.56%), 마이크로소프트(MSFT, 2.35%), 애플(AAPL, 1.12%)의 주가 강세로 사상 처음 3만 9천선을 돌파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56.87포인트, 1.18% 상승한 3만 9,069.11로 거래를 마쳤다.
● "지구상 가장 중요한 주식"…시총 3위 꿰찬 엔비디아
엔비디아가 전날 전년 대비 265% 증가한 221억 달러의 매출로 월가 기대치를 넘긴 뒤 인공지능, 반도체 관련 주식의 랠리를 일으켰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전세계적으로 기업과 산업, 국가에 걸쳐 인공지능 수요가 증가하는 티핑 포인트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하루 16.4% 올라 시가총액 1조 9,400억원을 기록했다. 인공지능 제미나이(Gemini)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이미지 생성으로 논란을 빚은 알파벳(시총 1조 8천억 달러)을 제치고 미국 내 3위 기업가치 자리를 되찾았다.
미국 증시에 예탁증서로 거래 중인 TSMC(TSM)는 3% 가까이 올랐고, 엔비디아 제품을 바탕으로 한 서버 부품 공급업체인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는 32% 치솟았다. 전세계 첨단 반도체 제조의 핵심인 극자외선(EUV) 장비를 판매하는 네덜란드ASML은 미 증시에서 4% 넘게 뛰었다.
가속컴퓨팅 기술을 위한 반도체 제조 경쟁사인 AMD도 10.7%, 브로드컴(AVGO) 주가는 6.31%, 부품사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 램리서치(LRCX)는 각각 4.9%, 4.7% 뛰었다.
JP모건 체이스의 전략가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조글루는 최근 랠리의 배경 중에 하나로 공매도가 사라진 점을 지목하고 있다. 그는 투자 메모에서 "긍정적 모멘텀이 강한 주식에 대해 공매도하려는 시도가 줄어들 고 있을 뿐 아니라 주식시장 전반의 약세를 기대한 세력의 영향력이 약해졌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S3파트너스에 따르면 올해 2월 중순까지 미국 내 공매도 투자자들이 엔비디아 가격 하락에 베팅해 입은 손실이 약 59억 7천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먼사태를 예견해 영화 빅쇼트의 실제 인물로도 알려진 사이언 자산운용의 마이클 버리는 지난해 11월 엔비디아를 포함한 반도체 공매도를 시도한 뒤 포지션을 청산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 대형투자은행과 자문기관들은 실적 발표 직후 무더기 목표가 상향을 이어가고 있다. 38개의 엔비디아 투자의견 가운데 루프 캐피탈이 최고가 1,200달러, 로젠블렛, 로버트 베어드, 멜리어스 리서치, 번스타인, 벤치마크 5개 기관도 목표주가 1천달러 이상을 제시했다.
반도체 전문 애널리스트인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비벡 아리아도 목표가격을 925달러로 높였고, 바클레이스와 웨드부시(목표가 850달러), 웰스파고(목표가 840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 미 증시 낙관론 3년 만에 최고…극단적 탐욕구간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전문 트레이더의 생각도 낙관적으로 변하고 있다. 찰스 슈왑의 트레이더 센티먼트 서베이(Charles Schwab Trader Sentiment Survey)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이상인 53%가 미국 주식시장이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미 증시에 대한 이 같은 전망은 설문을 시작한 2021년 이후 최고치로 지난해 4분기 32% 응답률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또한 트레이더 49%가 지금은 주식에 투자하기 좋은 시기로 지난 분기(41%)보다 긍정적 응답을 남겼다.
이에 대해 찰스 슈왑의 트레이딩 서비스 책임자인 제임스 코스툴리아스는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트레이더의 낙관론이 높아졌다"면서 "다만 지정학 분쟁과 대선,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밝혔다.
주식시장의 과열을 측정하는 지표도 고공 행진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공포와 탐욕지수는 78포인트로 지난 주(79포인트)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 지수는 0일 경우 극단적 공포, 100을 극단적 탐욕으로 분류하고 있다.
● "금리 인하 연말이 적절"…신중로 더한 연준
시장의 낙관론이 팽배한 가운에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은 이날 피터슨 국제연구소 연설에서 "과도한 통화정책 완화는 물가 안정을 지연시키거나 심지어 역전시킬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금리인하 시점에 대해 "올해 말이 적절할 것"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제퍼슨 부의장은 인플레이션 하락 과정의 리스크는 소비 지출, 중동 분쟁, 고용 등 3가지 리스크를 안고 있다면서 "실물 경제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노동과 생산성, 물가 측면의 인플레이션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준이 한 방향으로 당겨 가계와 기업에 불확실성을 안기는 어려움은 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닉 티미라오스가 공개한 월가의 금리 인하폭도 낮아지는 추세다. 이달 21일 기준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바클레이스가 연내 75bp 인하를 예상했고, 도이치뱅크, 모건스탠리 등도 100bp 인하를 예상하며 연준의 더 느린 인하를 점쳤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가 집계한 페드워치(FedWatch) 기준 3월 금리동결 가능성은 95.5%, 5월 78.9%를 기록 중이다. 6월 25bp 인하 가능성은 54.2%로 시장 참가자들은 6월, 9월, 11월 등 3차례 가량 인하 시점을 기대하고 있다.
● 의문의 서비스 중단 AT&T…폭락한 전기차주
시장 전반의 강세 흐름에도 통신주와 전기차 관련주가 크게 부진했다. AT&T는 이날 오전 4시부터 미 전역의 이용자들의 모바일 접속이 중단되는 사고를 겪었다. 약 7만 4천명 이상이 다운디텍터에 신고를 접수하는 등 오후까지 사고 수습이 이어졌다. 다른 대형 통신사인 버라이즌과 티모바일은 전면적 서비스 장애는 없다고 밝혔지만 1천 건 가량의 유사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CNN에 따르면 미 사이버 인프라보안국은 "정전 원인을 파악하고 있고, 필요한 경우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미 연방통신위원회와 FBI가 이번 사고 배경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사이버 공격 가능성 등이 의심되는 가운데 이날 AT&T는 -2.4%, 버라이즌 -0.9% 등 통신주가 약세를 보였다.
전기차 마진을 확보하지 못한 루시드와 리비안은 각각 -16.7%, -25.6% 폭락했다. 리비안은 4분기에 매출 13억달러에 주당 손실 1.58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월가 예상치와 비슷했지만 손실은 예상치 1.35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분기 차량 1대당 약 43,000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부진이 이어졌다.
루시드도 지난 4분기 매출 1억 5,720만 달러, 주당 손실이 29센트를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올해 차량 생산 전망치도 약 9천 대로 월가 전망 1만 2천대를 하회하면서 시장의 실망감을 키웠다. 테슬라와 포드 등 경쟁사들의 가격 인하로 이들 고가 전기차 업체들의 어려움은 갈수록 증가하는 양상이다. 리비안은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10%를 감원하고, 기존 제품보다 2만달러 이상 낮춘 SUV 전기차 R2플랫폼을 다음 달 7일 선보일 예정이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