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시행 9개월이 지났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임대주택으로 활용하기 위해 매입한 전세사기 피해주택은 1채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LH에 매입 신청을 한 주택의 절반이 '매입 불가'를 통보받았다.
LH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피해주택 매입과 관련한 사전협의 신청을 받은 결과 이달 16일까지 316건이 접수됐다.
LH는 주택의 권리분석, 실태조사를 한 뒤 매입 가능 여부를 통보한다. 이에 피해자가 주택 매입을 요청하면 LH가 경·공매에 참여해 주택을 낙찰받은 뒤 피해자와 매입임대주택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매입 신청이 들어온 주택 중 LH가 경·공매에서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낙찰받은 피해주택은 1가구에 불과했다.
지난달 인천 미추홀구 소재 피해주택을 낙찰받았으며, LH는 매각 대금 납부와 소유권 이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별법 시행 8개월여만에 나온 첫 피해주택 매입 사례다.
권리분석 등을 거쳐 '매입 가능' 통보를 한 주택은 58가구, 권리분석과 실태조사를 진행 중인 주택은 87가구다. '매입 불가'를 통보한 주택은 170가구로, 매입 신청 주택의 54%를 차지했다.
LH 관계자는 "사전협의 접수, 권리분석 등 매입 절차에 일정 시간이 소요되고, 대부분의 피해자가 수개월에서 1년간 경·공매 유예를 신청해 본격적인 경·공매 절차에 들어가지 못한 상황"이라며 "유예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 이후 피해주택 매입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LH는 '근생빌라' 등 불법 건축물이거나 우선매수권 양도와 관련해 전세사기 피해 세입자 전원의 동의를 얻지 못한 다가구 주택, 경·공매 완료 이후에도 소멸하지 않는 권리가 있는 주택 등은 매입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
다가구 주택은 임차인 전원이 동의하지 않아도 후순위 임차인들이 동의하면 LH가 통매입해 매입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작년 말 매입 요건을 완화했다.
문제는 불법 건축물이다. 건물 일부를 불법 개조하거나 용도를 변경한 불법 건축물에 거주하는 피해자가 상당하다.
저층부에는 근린생활 시설을, 상층부에는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복합 용도로 배치하고 근린생활시설을 불법으로 주거용으로 임대하는 '근생빌라'도 불법 건축물이다.
건물을 짓지 못하는 베란다나 옥상을 불법 증축하거나 필로티 주차장 또는 1층 외부 공간을 확장해 주택을 만들어 임대한 경우도 해당된다.
전세사기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의 이철빈 공동위원장은 "대전의 경우 피해자 90%가 다가구 거주자인데, 다가구는 방 쪼개기나 불법 증·개축이 이뤄져 불법 건축물인 경우가 많다"며 "이런 건물은 LH의 주택 매입 대상에서 벗어나다 보니 계속해서 경매가 진행되면서 피해자들이 내쫓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H는 매입 불가를 통보받은 피해자들에게 인근 공공임대주택 우선 입주나 전세임대주택을 지원 중이다.
정부는 협의매수 주택을 확대할 방침이다. 경·공매 과정에서는 유찰이 거듭되면서 낙찰가가 낮아질 수 있는데, 협의매수를 하면 반환 금액을 높일 수 있어서다.
국토부'는 1·10 대책'을 통해 LH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감정가에 협의매수토록 하겠다고 발표하고 이를 위한 지침 개정을 이달 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세입자 외 다른 채권자가 없는 주택이 협의매수 대상이지만, 다른 채권자가 없는 소위 '깨끗한 주택' 세입자는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협의매수 대상 주택 자체도 적을 것이라는 피해자들의 반발이 잇따르자 대상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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