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가계소득이 2분기 연속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 근로소득은 고용 호황에도 5분기 만에 감소로 전환했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의 월평균 소득은 502만 4천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다.
실질 소득은 2분기 연속으로 증가했지만 고물가 탓에 3분기 0.2%에 이어 0.5% 증가에 그쳤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3분기 5.9%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4분기 5.3%, 올해 1분기 4.7%, 2분기 3.2%, 3분기 3.1%를 기록하며 서서히 둔화하다가 4분기 3.4%로 반등했다. 둔화 속도가 느린 만큼 실질소득 증가율도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단 분석이다.
근로·사업·이전·재산소득을 포함하는 경상소득은 492만 5천원으로 3.9% 증가했다. 시장소득으로 분류되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1%대 증가에 그친 반면 이전소득은 20% 가까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체 소득에서 가장 큰 비중(63.0%)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은 316만 7천원(1.5%) 늘어 12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사업소득은 103만 5천원(1.6%) 증가했다.
실질 근로소득은 지난 2022년 3분기(-0.4%) 이후 5분기 만에 감소 전환했고 사업소득은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실질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모두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1년 1분기 이후 11분기 만이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4분기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모두 수치상으로는 1%대 증가율을 보였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마이너스를 보였다”며 “이전소득이 전체소득 증가를 견인해 전체 실질소득 증가율은 플러스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고물가·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소비 지출도 차이를 보였다. 소득상위 20% 가구의 소비 지출이 큰 폭으로 늘었지만, 하위 20% 가구는 오히려 지출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하위 20%(1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117만 8천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5% 증가했다. 근로소득(1.6%)과 이전소득(9.0%)은 증가했지만, 사업소득(-7.4%)과 재산소득(-5.2%)은 감소했다. 처분 가능 소득도 99만 1천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0% 늘었다.
소득과 소비 여력은 늘었지만, 실제 소비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1분위 가구의 가계지출은 147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5% 감소했다. 전체 소득분위 중 가계지출과 소비지출이 감소한 곳은 1분위 뿐이다. 평균 소비성향도 129.4%로 전년 동기보다 7.3%포인트(p) 줄었다.
고소득 가구인 5분위 가구의 4분기 월 평균 소득은 1,080만 4천원으로 전년 동기보다(3.6%) 늘었다. 가계지출은 721만 7천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0% 늘어 모든 분위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5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849만8천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 늘었다. 평균소비성향은 57.8%로 2.9%p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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