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예보료, 이미 대출금리 산출서 제외"
한동훈 "재형저축 재도입하고, 예보 한도 1억원으로"
예산 마련 방안, 도덕적 해이 고려는 '전무'
총선이 다가오자 정치권에서 은행의 대출 금리를 강제로 끌어내리고,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원까지 인상하겠다는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은행업권은 물론, 관리 감독을 맡은 금융당국조차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범진 기자입니다.
<기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고금리 부담 완화 패키지' 공약에는 은행의 금리 결정 과정을 법에 못박아 대출금리를 끌어내리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우리가 은행에서 돈을 맡기거나 빌릴 때 적용받는 금리는 한국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에 각 은행이 산정하는 가산금리를 합치는 방식으로 결정되는데요.
민주당은 가산금리 중 법적 비용에 포함된 예금자보험금료와 지급준비금 예치금, 교육세, 신용보증기금 출연료 등을 제외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은행권에서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시중은행들이 이미 2022년 자율규제를 통해 예보료 등 법적비용을 대출금리 산정에서 제외하고 예금금리 산정에만 부분적으로 반영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은행들이 예보료를 지불해야 하는 일반 예금 대신 ELS, ELB와 같은 변형 투자상품을 판매하도록 유도해 금융소비자들의 위험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실익은 적고, 부작용의 여지가 큰 '포퓰리즘 공약'은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나왔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연 10%대 고금리 재형저축 상품을 도입하고, 금융계좌의 예금 보호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은행 계좌 보호 한도 상향은 은행권은 물론, 정부 기관인 금융위원회에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사안입니다.
보호 한도를 올릴 때 실제로 혜택을 받을, 계좌 잔액이 5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인 금융소비자는 전체의 1%에 불과한데, 금융권이 지불해야 할 예보료는 2배로 뛰기 때문입니다.
금융위는 모든 업권의 예보 한도를 올릴 경우, 상대적으로 안전한 은행 등에 예치된 자금이 고금리를 약속하는 저축은행 등에 몰리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출했습니다.
또다른 공약인 재형저축 역시 1993년과 2015년, 예산 부족으로 두 차례 중단된 전력이 있는 상품입니다.
세수부족에 시달리는 정부가 저금리 시대의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려면 수십조원의 예산이 필요해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여야 할 것없이 인기에 영합한 각종 금융공약을 쏟아내는 가운데 과연 소비자와 금융산업을 위한 것인지, 정치인 득표를 위한 것인지, 시장에는 혼선만 가중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전범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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