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시총 2조 달러 재돌파
테슬라, 브로드컴에 시총 순위 밀려
미국 기술주를 대표하는 나스닥이 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와 기업들의 반도체 수요 증가 전망에 이틀 연속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현지시간 1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83.02포인트, 1.14% 뛴 1만6,274.94로 유동성 랠리가 펼쳐진 2021년 이후 최고의 일주일을 보냈다.
미국의 주요 500개 기업을 대표한 S&P500 지수는 40.81포인트, 0.8% 오른 5,137.08로 신고가를 기록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애플과 대형보험사 등 일부 종목 부진에도 전날보다 90.99포인트, 0.23% 상승한 3만 9,087.38로 올라섰다.
인공지능에 대한 열기는 지난해와 올해 초까지 대형 기술주, 관련 부품주와 소프트웨어 기업 주가를 밀어올리는 촉매가 되고 있다. 또한 1월 근원 개인소비지출이 전년대비 2.8% 상승하는 등 인플레이션 둔화가 이어지고 있고, 올해 3분기로 예상되는 연방준비제도의 첫 금리인하 기대가 지수를 밀어올리고 있다.
이날 주가 강세에 대해 씨티의 더크 윌러 투자전략가는 "현재의 주가는 가격 상승과 기간, 밸류에이션, 투자 심리 측면에서 아직 지나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애초에 거품인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을 정도"라면서 "따라서 시장이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 AI 반도체 수요 폭발적…테슬라 제친 브로드컴
지난 1년간 250% 넘게 오른 엔비디아는 이날 하루 만에 4% 올라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다시 돌파해 시총기준 사우디 아람코를 제치고 전세계 3위 기업 자리에 올랐다. 통신·인프라부문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브로드컴은 7.5% 뛰어 시가총액 6,550억 달러로 이날 0.38% 상승에 그친 테슬라(시총 6,454억 달러)를 제쳐 세계 시총 순위 12위를 기록했다.
전날 사상 첫 시총 3천억 달러를 기록한 어드밴스드 마이크로디바이스(AMD)는 이날도 5.2%, 퀄컴(3.36%), 마이크론(5.01%)을 비롯 대규모 언어모델 인공지능과 증강현실에서 독자행보를 강화하고 있는 메타도 하루 2.48%뛰었다.
개인용 컴퓨터와 기업용 데이터베이스 제품을 공급하는 델은 이러한 인공지능 열풍으로 긍정적 실적을 내놓은 뒤 주가가 31.6% 폭등했다 델은 전날 장 마감 이후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14% 줄어든 232억 달러라고 밝혔다. 이는 월가 예상치 221억 6천만 달러를 상회한 기록으로 4분기 조정주당순익 2달러 20센트 역시 월가 전망치(1달러73센트)를 넘어선 기록이다.
제프 클라크 부회장, 최고운영 책임자는 이러한 실적에 대해 "강력한 AI 최적화 서버 모멘텀이 있다"면서 "주문이 전분기 대비 40% 증가하고, 수주잔고, 두 배 늘어 49억 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델의 개인용 컴퓨터를 포함한 클라이언트 솔루션그룹은 전년대비 매출이 12% 줄었으나 인프라스트럭처 솔루션 그룹은 AI최적화 서버로 6% 매출 감소에 그쳤다.
● 뉴욕 주거용 부동산도 불안...1년 만에 은행 위기 우려
배당을 삭감하고 경영진을 교체하는 내홍을 겪고 있는 뉴욕 커뮤니티뱅코프는 부실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이날 25.65% 폭락했다.
뉴욕 커뮤니티뱅코프는 지난 분기 실적을 24억 달러 더 많다고 조정하는 한편 최고경영자와 이사진 교체 사실을 밝혔다. 그러면서 "대출 위험에서 중대한 취약점 발견"했다며 연례 보고서 제출을 연기했다.
은행 측은 비효율적 감독과 위험 평가, 모니터링 등 취약점을 보완해 이달 중순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수정된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뉴욕커뮤니티뱅코프는 지난해 실리콘밸리뱅크 사태 이후 시그니처은행을 일부 흡수했으나 부동산 부실위험에 노출돼 대손충당금을 월가 예상대비 10배 늘리는 등 우려는 키워왔다.
레이몬드 제임스의 스티브 모스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신용 위험 더 높아질 중대한 우려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D.A데이비슨의 피터 윈터 애널리스트 역시 "예치금에 대한 업데이트를 제공하지 않아 감소한 것으로 추정할 뿐"이라며 신용 손실의 추가적인 불확실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반도체주 위주의 시장 랠리에도 이러한 우려에 금융주는 대체로 부진했다. 밸리 내셔널 뱅크와 컬럼비아 뱅킹시스템 등이 2% 넘게 내렸고, KBW은행 지수도 1% 이상 조정을 받았다.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등 대형은행들도 소폭 하락했다.
● 제조업 약화, 월러 돌발 발언에 채권금리 급락
이날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는 발표 기관에 따라 다소 엇갈렸다. 15분 먼저 지표를 공개한 S&P글로벌 미 제조업 PMI는 52.2로 예상치 51.5는 물론 전월 기록을 넘어 확장세를 기록했다. 반면 오전 10시(동부시간 기준) 공개된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PMI는 47.8로 예상치 49.8을 하회했고,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는 가격지수도 52.5로 예상보다 1%포인트낮았다.
미 채권금리는 S&P 지표에 약한 상승을 보인 뒤 ISM 지표 이후 낙폭을 키웠다. 이어진 미시간대 2월 소비자신뢰지수 역시 76.9로 예상인 79.6보다 낮게 나오는 등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뉴욕에서 시카고대 후원으로 열린 미 통화정책 포럼이 채권시장을 흔들었다. 매파적 발언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전 세계의 양적 긴축: 우리는 무엇을 배웠나?"라는 연설에서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에 대한 강도높은 발언을 공개했다.
월러 이사는 "연준의 모기지담보부증권(MBS)가 0이 되는 것을 보고 싶다"면서 현재 약 2조 4천억 달러 상당 연준이 끌어안은 MBS 해소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준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후 MBS를 현재까지 2조 4천억 달러 보유중이고, 이 가운데 매월 350억 달러 한도로 만기가 돌아온 채권을 재매입하지 않는 방식으로 줄여나가고 있다.
월러는 이에 대해 "포트폴리오에서 빠져나가는 속도가 더디고, 이러한 보유자산이 지속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만기가 짧은 국채 보유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해야"한다면서 재무부에서 발행할 단기 국채 매입을 통한 대차대조표 운용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다.
이 발언으로 2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1.3bp 급락한 4.533%까지 밀렸고, 10년물 국채금리도 6.6bp내린 4.186%를 기록했다. 반면 해당 발언 이후 금값이 재조명을 받으면서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1.8% 뛴 2,091.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 오래된 앙금, 결국 소송전…머스크, 샘 올트먼 고소
2월 마지막 날인 29일 오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샘 올트먼과 OpenAI를 '인류에게 혜택을 주도록 한 미션'보다 회사 이익을 우선해 회사 설립 계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샌프란시스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소장에서 당초 비영리단체로 출발 OpenAI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 이후 오픈소스 개발 원칙 훼손했고, 전문성이 부족한 이사회의 구성을 문제 삼았다.
당초 머스크와 공동 설립자인 올트먼, 그렉 브록먼, 일리야 수츠케버 등은 2015년 OpenAI를 설립할 때 단일 기업이 아닌 "인류의 이익을 위한" 비영리 기업을 목표로 제시했다.
머스크는 OpenAI는 "지금도 OpenAI 웹사이트는 회사 헌장에 범용인공지능 AGI가 모든 인류에게 이익이 되도록 명시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샘 올트먼과 AI 수익화에 대한 갈등을 빚었고, 이후 투자 유치과정에서 소외된 뒤 2018년 2월 이사직을 내려놓고 회사를 떠났다.
이후 샘 올트먼은 초과이익을 환원하는 조건으로 영리 법인을 세운 뒤 2018년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00억 달러 자금을 지원받아 챗GPT, DAL·E, 소라 등 AI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OpenAI는 지난해 11월 수츠케버 당시 최고과학자 주도로 올트먼 등을 축출했으나, 이후 알트먼이 최고경영자로 복귀하고 이사회에는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 아담 디안젤로 쿼라 창업자 등이 포함됐다.
머스크는 앞서 작년 2월부터 트위터를 통해 OpenAI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업화를 비판해왔다. 그는 "구글에 대항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를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면서 "폐쇄적 최대 영리 기업, 의도한 바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올트먼 역시 지난해 말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인터뷰에서 오히려 안전 문제를 소홀히하고 AI 윤리보다 개발 재촉한 것은 머스크라고 날을 세워왔다.
한편 이번 소송과 별개로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샘 올트먼과 OpenAI의 지배구조 변화가 있던 지난해 11월 투자자들을 오도한 사실이 있는지 퇴출된 전직 이사, 투자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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