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진행된 경선 일정부터 다시 한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공화당은 1월 15일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8개 지역에서 경선을 치렀고요. 민주당도 공식적인 첫 경선이었던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부터 3개 지역에서 경선을 완료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슈퍼화요일로 불리는 3월 5일에는, 캘리포니아 등 15개 주와 1개 자치령에서 경선이 진행되는데요.
민주당에서는 현직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에 도전하고 있고, 딘 필립스 연방 하원의원과 메리앤 윌리엄슨 작가 등이 경선에 뛰어들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까지 경선이 진행됐던 세 곳 모두에서 승리하며 대의원 202명을 확보했고, 이변이 없는 한 대선 후보로 확정될 전망입니다.
공화당은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했지만, 막상 경선이 시작되고 나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도하고 있는 걸로 보이는데요.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기 위해선 대의원 과반인 1215명을 확보해야하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247명의 대의원을 확보하며 20%를 채웠고 반면 헤일리 전 대사는 24명의 대의원을 확보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아이오와, 뉴햄프셔, 네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이 경선 조기 개최 4개 주로 정착한 2008년 이후에 현직 대통령이 아닌 대선 주자가 전승을 거둔 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이라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에 더욱 가까워졌다면서도, 헤일리 전 대사가 ‘슈퍼 화요일’까지 남아 있으면서 유권자들에게 두번째 선택지와 목소리를 낼 기회를 남겨두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헤일리 전 대사가 경선을 완주하기는 어렵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마저 헤일리 전 대사가 패배하자, 미국의 억만장자 형제인 코크 브라더스가 설립한 보수계 큰손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이 헤일리 캠프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당장 선거에 필요한 자금마저 서서히 끊겨가는 모양인데 헤일리 전 대사가 경선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월스트리트저널은 “공화당의 반트럼프 파벌 내에서 헤일리에 대한 응원이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재선에 실패한 후, 공화당 내에서는 ‘포스트 트럼프’ 노선 투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는데요. 현재도 공화당 내 우경화, 극단화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남아 있다는 겁니다.
정치 칼럼니스트 에드 킬고어는 헤일리 전 대사가 슈퍼 화요일 이후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세가지로 좁혔는데요. 첫번째로는 경선 패배를 인정하고,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한 뒤 후일을 도모하는 것. 두번째로는, 민주당과 공화당 양자 구도를 떠나 제3지대를 선택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악재가 오길 기다리며 경선을 완주하는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악재라 하면, 사법 리스크를 꼽을 수 있겠죠.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선거결과 조작 시도, 국회의사당 폭동 주모 등 91개 혐의로 4건의 형사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데요. 그 중, 첫번째 형사 재판이 이번달 25일에 열릴 예정입니다. 여론조사 결과, 현재 유권자의 53%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기소만으로는 별 타격을 입지 않았지만, 재판에서 유죄가 나온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공화당 후보로 확정이 된다고 해도, 본선에서 중도층과 무당층의 외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현 상황만 두고 보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는 기정 사실화되고 있습니다. “오늘 당장 대선이 열린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뉴욕타임스의 여론조사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43%, 트럼프 전 대통령이 48%의 지지율을 각각 얻기도 했습니다. 작년 12월 조사 당시의 4%p 격차보다 1%p 더 벌어진 셈인데요.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전쟁도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이 포함된 국가안보 패키지 예산안 처리는 공화당의 반대로 하원 문턱을 못 넘고 있는 상황에 처해 있고요. 미시간주의 27일 경선에서, ‘지지후보 없음’에 기표한 유권자가 6만명을 넘었는데, 최근 세차례의 미시간주 경선과 비교했을 때의 약 세배에 달했습니다. 이는 아랍계 미국인 단체가 바이든 행정부의 친 이스라엘 노선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지지후보 없음’ 투표 운동에 나섰던 것으로, 이팔 전쟁이 미국 대선 행보에 끼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도 현실화 됐음을 보여줬습니다.
오늘 월렛에서는 슈퍼화요일을 앞두고, 그동안의 경선 과정과 앞으로의 대선까지 내다보는 시간을 준비해봤습니다. 이번 3월 5일에 총 대의원 874명, 전체의 약 36%의 향방이 가려질 예정인데요. 세계 경제에도 큰 파장을 일으킬 이번 미국 대선 과정,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정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이었습니다.
조윤지 외신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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