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 상당수가 정부가 제시한 시한까지 복귀하지 않아 대규모 행정·사법 처벌이 임박한 가운데, 의사면허 취소 사례가 무더기로 나올지 주목된다.
상당수의 전공의가 정부의 엄포에도 꼼짝하지 않는 배경에는 한 번 취득하면 사실상 평생을 가는 의사면허가 가진 위력에 대한 '신뢰'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개정 의료법이 작년 11월 시행되며 면허 취소가 전보다 쉬워졌고, 반대로 재발급은 까다로워졌다.
집단행동으로 '금고 이상의 형'만 받아도 면허가 취소되는 만큼, 복지부의 고발과 사법당국의 수사가 이어지면 많은 수의 전공의가 면허를 잃을 수도 있다.
4일 국회와 보건복지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작년 4월 국회를 통과해 11월 시행된 개정 의료법은 '모든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및 선고유예 포함, 고의성 없는 의료사고로 인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제외)을 받은 경우를 의료인 결격 사유로 정하고 있다.
기존에는 '의료 관련 법령 위반으로 제한됐던 결격 사유가 모든 범죄로 넓혀진 것이다.
의료인 결격 사유라는 것은 '면허 취소' 사유를 뜻한다.
기존에는 의료 관련 법령 위반인 경우에만 면허 취소가 됐는데, 대상이 모든 범죄로 넓혀지면서 이번 집단행동으로 집행유예나 선고유예 같은 형만 받아도 면허가 취소될 수 있게 됐다.
개정 의료법은 면허취소 후 '취소의 원인이 된 사유가 없어지거나, 개전(改悛)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경우' 면허를 재교부받을 수 있도록 절차도 까다롭게 정했다.
면허 취소와 재교부 모두 복지부 장관이 권한을 갖는데, '취소의 원인이 된 사유가 없어지거나, 개전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돼야 재교부가 가능하니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증원의 백지화 등을 주장하며 집단행동을 했다가 면허가 취소된 경우 다시 면허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면허 취소는 복지부 고발과 경찰 수사 등으로 재판을 거친 뒤 내려질 수 있지만, 재판 없이도 복지부가 자체적으로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
의료법에 따라 복지부가 '면허정지를 3회 이상 내리면' 면허취소가 될 수 있다.
복지부는 그동안 개별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복귀) 명령을, 전체 전공의들에게 진료유지 명령을 내렸는데, 이런 명령을 위반할 경우 면허정지 사유가 된다.
복지부는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수사, 기소 등 사법절차의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모든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면허 취소가 가능하게 된 개정 의료법을 전공의들을 압박할 가장 강력한 '무기'로 보고 있다.
그동안은 정부의 의지만 있을 뿐 강력한 법 규정이 없어서 정부와 의사 간 갈등 국면에서 '의사 불패'가 이어졌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얘기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내용의 의료법 개정이 정부·여당의 강한 반대 속에 야당이 국회에서 밀어붙이면서 입법이 됐다는 것이다.
법안에 대해 의사들이 '면허박탈법'이라며 거세게 반발하자 정부와 여당은 의사들의 주장에 동조해 "과도하다"며 반대했었다.
법안은 국민의힘이 항의의 뜻으로 본회의장에서 퇴장한 가운데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법 통과 전 거듭해서 반대 의견을 밝혔으며, 통과 직후에는 "의료인이 모든 범죄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 경우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이 과도하다는 여론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관련 법 개정 방향에 대해 당정협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런 법 개정 당시의 태도와는 달리, 복지부는 이번 전공의 집단행동 국면에서 개정 의료법을 의사들을 압박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명령 불응에 따른 고발로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판결만 나와도 면허 취소까지 가능하다"며 "지속되는 명령 위반은 계속 누적될 것이고, 정부는 굉장히 '기계적'으로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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