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남초 직장'으로 분류되던 미국과 유럽의 테크 기업에서 여성 근로자 비율이 증가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에서 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 근로자 비율은 2019년 31%에서 2023년 말 35%로 늘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도 EU 회원국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 및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 비율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기준 23%에서 2023년 말 25.2%로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이 같은 증가세는 독일, 프랑스, 덴마크 등 EU 대부분 국가에서 나타났고, 영국에서도 기술 분야 여성 종사자 비율이 2019년 29%에서 지난해 32%를 넘어섰다.
구글에서도 전체 여성 근로자 비율이 2018년 30.9%에서 2023년 34.1%로 뛰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내 여성 비율은 2019년 29.2%에서 2023년 33.1%로 늘었다. 페이스북과 애플도 여성 직원 비율이 늘었다.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보기술(IT) 일자리가 늘어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미국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분야와 관련된 일자리 수가 2019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고 FT가 전했다.
EU에서도 컴퓨터 프로그래밍 관련 업계 종사자 수가 2016년에는 숙박업 종사자 수와 비슷했지만 지금은 숙박업 종사자 대비 2배 더 많다.
채용 분야 전문 기업 '헤이스' 소속 비앵카 스트링귀니는 미국에서 전통적으로 남성이 점유해온 사이버 위협 탐지 등 분야에서도 여성 근로자 비율이 높아졌다며 "시장이 성장하면서 기술 분야의 모든 영역에서 여성이 활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확대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디지털 서비스 컨설팅 기업 '내쉬 스퀘어드'는 일주일에 1∼2일 출근을 요구하는 기업은 주 5일 출근이 필수인 기업보다 여성을 27% 더 많이 고용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아직 성별 격차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에서 경영 컨설팅과 법률, 금융 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 비율은 각각 50.3%, 65.9%, 55.6%로 모두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소속 실험 물리학 명예교수 아테네 마거릿 도널드는 여성이 어렸을 때부터 남성보다 기술 관련 과목에 덜 접근하게 된다면서 "우리 사회는 사실상 태어날 때부터 여자아이들이 물리학이나 컴퓨터 등 과목을 듣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인공지능(AI)과 관련해 중대한 시점에 서 있다"며 제대로 된 AI 개발을 위해서는 "더 많은 소수자, 여성, 유색인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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