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육아도우미와 간병인 등에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 활용하고, 이들에게는 최저임금을 제외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빠른 고령화와 맞벌이 증가 등으로 돌봄 서비스 수요는 증가하는 상황에서 현재 수준의 최저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면 가계에 부담이 될 거란 이유에서다.
한국은행이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5일 발표한 ‘돌봄서비스 인력난·비용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요양병원 등에서 개인이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드는 비용은 지난해 기준 월 370만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40~50대인 자녀 가구 중위소득의 60%를 웃도는 수준이다. 육아 도우미 비용도 월 264만원으로, 30대 가구 중위소득의 50%를 넘어섰다.
채민석 한은 고용분석팀 과장은 간병비 부담 등으로 가족의 노동시장 참여가 제약되면 결국 경제적 손실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한은에 따르면 고령화 및 보건 서비스직 공급 부족 심화로 가족 간병 규모는 2022년 89만명에서 2042년 최대 355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채 과장은 “수급상 문제가 없다면 연간 경제성장률(GDP 증가율)이 0.1~0.18%포인트 더 오를 수 있는데 못 오른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돌봄 서비스직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력난과 비용 증가를 완화하기 위해서 외국인 노동자 활용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외국인 노동자 활용을 위해선 임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채 과장은 “임금에 대한 추가적인 고민 없이 외국인 노동자를 도입할 경우, 비용 부담이 여전히 높아 일부 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만 외국인을 고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한은은 △개별 가구가 사적 계약 방식으로 외국인 직접 고용 △고용허가제 확대 + 돌봄서비스업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 두 가지를 제언했다.
채 과장은 “개별 가구가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이 경우 사적 계약 방식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므로 비용부담을 낮출 수 있다”며 “실제로 이러한 방식을 활용중인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임금은 우리나라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공동숙소의 운영 방식에 따라 해당 외국인 노동자를 근로자로 인정해 최저임금법 등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는 등 불확실성이 있다”며 “사적 계약의 특성상 요양시설 등에서 근무할 인력을 확보하는 데는 활용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돌봄서비스 업종 전체에 별도의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채 과장은 “이 방식을 통해 도입된 외국인력은 재가요양과 시설요양 모두에 활용될 수 있고 관리·감독에 대한 우려도 상대적으로 작다는 장점이 있다”며 “타산업에 비해 낮은 돌봄서비스 부문의 생산성을 반영한 최저임금 적용은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채 과장은 “이 방법은 외국 인력을 재가·시설 요양에 모두 활용할 수 있고 관리·감독 우려도 적다”면서도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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