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의대생들의 단체행동이 이어지고 있으나, 교육 당국의 휴학생 집계 기준이 오락가락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교육부에 따르면 4일(오후 6시 기준)까지 전국 40개 의대에 접수된 유효한 휴학 신청은 총 5천401건으로 파악됐다.
'유효한 휴학 신청'은 학부모·학과장 동의 등 학칙에 정해진 절차와 요건을 갖춘 휴학계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전체 의대 재학생(1만8천793명)의 28.7%가 휴학 신청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휴학 집계 기준이 별다른 설명 없이 달라지면서 혼선이 생겼다.
교육부는 의대생들의 단체행동 '디데이' 하루 전인 지난달 19일부터 휴학 통계를 공지했다.
당시부터 지난달 28일까지는 전체 휴학 신청자 수를 공개해왔다.
이 기준으로 보면 지난달 28일까지 열흘간 누적 1만3천698명의 의대생이 휴학을 신청했다. 전국 의대 재학생 대비 72.9%가 휴학계를 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3일 오후에 공지된 휴학 통계부터는 갑작스레 유효한 휴학 신청 건수를 내놨다.
당시 공개한 교육부의 '유효한 휴학 신청' 건수는 누적 5천385건이었다.
3·1절 연휴와 주말이 낀 사이 갑작스레 휴학 신청자 규모가 40%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범부처가 의대생, 의사들의 단체 행동에 대응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구성하고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대책의 가장 기초가 되는 통계를 안일하게 관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휴학 통계 집계가 달라진 데 대해 박성민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4일 정례 브리핑에서 "휴학 신청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것은 정상 휴학 신청이라고 보기 어려워 기준을 변경해서 (통계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휴학계를 철회했다 다시 제출하는 인원이 있어 중복 집계됐을 수 있다는 점, 휴학 절차와 요건을 지키지 않은 휴학계에 대해선 교육부가 각 대학에 반려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해 휴학 집계 기준을 수정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 3일 처음으로 바뀐 기준으로만 통계를 공개할 당시 교육부는 이와 관련해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더구나 현재 기준으로는 동맹휴학 동참 규모를 과소 추계할 위험도 있다.
휴학 절차·요건을 지키지 않았더라도 휴학계를 제출한 행위 자체만으로도 단체행동 의사는 충분히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전체 모수가 되는 의대 재학생 수치도 따져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교육부가 기준으로 삼는 의대 재학생 수는 지난해 4월 기준이다.
이 가운데 3천명가량은 지난달 졸업하며 빠졌다.
이후 대부분 대학에 신입생이 들어왔지만, 학칙상 첫 학기 휴학이 불가능한 곳이 많다.
이 때문에 의대 재학생 역시 지난달 졸업한 학생을 제외하고 1만5천명가량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효한 휴학 신청' 건수 기준으로도 36%가 휴학계를 제출한 셈이 된다.
의정 대치가 이어지면서 의대생 단체 행동 역시 끝날 기미가 요원한 상황이지만, 고등교육 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교육부가 각 의대의 학사 일정 차질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아쉽다는 목소리가 있다.
기본적으로 교육부는 학사운영은 개별 대학의 소관이라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의대 현안 대책팀을 통해 대학이 학생의 학업 복귀를 독려하게 하는 등 대학에 정상적인 학사 관리를 지속해서 협조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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