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수정 혁명"…피부세포로 '난자' 만든다

입력 2024-03-09 14:39  




인간의 피부세포로 체외 인공수정(IVF) 난자를 만드는 데 청신호가 켜졌다.

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OHSU) 연구진은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실험용 생쥐의 피부 세포 핵을 난자에 이식시키는 방법으로 생존 가능한 배아를 만드는 기술에 한걸음 더 다가갔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먼저 기증된 난자의 핵을 제거한 뒤 부모의 피부 조직에서 추출한 핵으로 대체했다.

난자는 염색체의 두 쌍 중 절반을 자연적으로 폐기하고 한 쌍만 남기는 방식으로 배양됐다. 이 작업이 있어야만 나중에 정자와 수정된 이후 수정란이 부모로부터 절반씩 염색체를 받아 정확한 수의 염색체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술은 지난 1996년 영국 연구진이 복제 양 '돌리'를 만들었던 기술인 '체세포핵치환'(SCNT)을 응용한 것이다.

연구진은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시행했으며, 지난 2022년 이 기술을 통해 생쥐 세 마리가 태어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성공률은 1%도 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2022년에는 이번 연구의 개념을 증명했고, 이번에는 난자에서 염색체 절반이 어떻게 제거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향후 연구에서는 염색체 쌍이 정확하게 분리되도록 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 중 한 명인 OHSU의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박사는 "현재 우리의 목표는 각 단계에서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부세포로 인공수정 난자를 만들면 고령의 여성도 자신의 유전자(DNA)를 가진 아이를 낳을 수 있고, 질병이나 암 치료로 난자가 손상돼 생긴 불임 극복의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또 남성의 DNA를 수정란에 결합한 뒤 대리모를 통해 출산할 수 있기 때문에 남성 커플들도 자신들과 유전적으로 관련 있는 아이를 출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기술을 인간에 적용해 실제로 활용되기까지는 10여년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는 많은 국가에서 불임 부부를 치료하기 위해 인공 정자와 난자를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나 앞으로 이 기술이 안전하며 효과적이라고 판단되면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수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연구진 중 한 명인 OHSU의 알렉세이 미할첸코 박사는 "이 기술이 앞으로 임상적으로 활용된다면 체외 인공수정에 혁명을 일으켜 질병, 노화, 암 치료로 인해 생식세포(정자나 난자 세포)를 잃은 많은 불임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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