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오르면서, 실물 금을 사들이는 투자자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지난달 팔려나간 골드바는 약 66억1천922만원어치에 달했다.
월간 기준으로 지난해 10월(약 79억원)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지난해 11월(34억원), 12월(51억원), 올해 1월(56억원), 2월(66억원) 등 꾸준히 증가했다.
금 가격은 최근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감과 신흥국 중앙은행의 금 매수세에 힘입어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지난 8일 KRX 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은 전 거래일보다 0.64% 내린 1g당 9만1천7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엔 9만2천530원까지 올라 2014년 KRX 금시장이 거래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 가격은 지난해 중반 8만원 선에서 움직이다가 점차 올라, 최근에는 9만원대를 넘어섰다.
서원용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지점 골드PB팀장은 "일반적으로 금은 위험자산 회피를 위한 대체투자의 중요한 대안"이라며 "금값은 실질금리(10년 만기 국고채금리-기대인플레이션)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데, 실질금리가 여전히 낮아 금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나,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은 다소 늦어지고 있어 실질금리가 낮게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인도 등 중앙은행이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금 보유량을 꾸준히 늘린 것도 금 가격을 끌어올린 요인이다.
강동희 신한PWM강남센터 PB팀장은 "현재 생산비용 증가로 생산량이 정체되고 있지만 수요는 과거 수준을 넘어서고 있어 금값 강세는 당연해 보인다"며 "올해도 중앙은행의 금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이러한 수요는 금 가격의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금, 안전자산으로 투자가치 있지만 최고가 부담…분할매수 권유"
은행권 투자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값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새로 매수하기에는 현재 사상 최고가 수준인 만큼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금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만큼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하는 것은 고려할 만하다며 장기적 시각에서 분할매수 할 것을 권했다.
강동희 PB팀장은 "자산가라면 안전자산의 대표주자인 금과 미국 달러를 투자자산 일부로 가져가는 것은 언제나 유효한 포트폴리오 투자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을 통해 증여 시 매매차익과 보유 시 비과세로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며 "현재 금 가격 상승으로 매수하기에 부담감이 있기는 하지만, 금 가격 추이를 지켜보며 가격 하락 시 매입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애널리스트는 "금 시장은 구조적 수요 증가 요인으로 가격이 뒷받침되고 있으나 최근 단기적 투기자금이 빠르게 유입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과열 기미도 관찰된다"고 분석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단기차익 목적이 아닌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금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배분 비중은 5% 미만으로 추천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도 "단기적으로 가격이 많이 오른 만큼 3년, 5년 이상 장기적으로 보고 분할매수를 권한다"고 말했다.
골드바를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는 KRX 금 현물이나 은행과 연계한 골드뱅킹,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등을 권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김정은 NH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은 "금 투자를 고려할 때는 실물거래보다는 골드뱅킹이나 ETF 투자를 하는 것이 수수료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밝혔다.
김현섭 한남PB센터장은 KRX 금 현물 투자를 권하며 "골드바 매수 시에는 부가세 10%와 골드바 제조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데, 금융을 통해 KRX 금 현물에 투자하면 10% 부가세가 발생하지 않고 매각 차익이 비과세가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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