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화가'로 정체가 베일에 싸인 영국의 유명 미술가 뱅크시가 그의 작품을 둘러싼 법정 다툼에 의해 신상이 드러날 수 있게 됐다.
미술품 수집가 2명이 뱅크시의 것으로 여겨지는 작품의 진품 여부를 가려달라는 요구를 뱅크시의 대행사가 거부하고 있다면서 이 회사 등을 상대로 계약 위반으로 소송을 냈다고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가디언은 재판 결과에 따라 뱅크시의 본명 등이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진품 여부가 의심되는 작품은 왕관과 목걸이를 착용해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연상시키는 원숭이의 모습이 담긴 판화 작품 '원숭이 여왕'(2003년)이다. 진품은 150장만 한정 인쇄됐다.
소송을 낸 니키 카츠와 레이 하우스는 지난 2020년 뱅크시 작품 수집가의 유품 중 이 작품을 3만 파운드(약 5천89만원)에 구매했다.
이들은 이 작품의 진품 여부를 확인차 뱅크시 작품을 공식 보증하고 판매를 주관하는 회사 '페스트 컨트롤'에 작품을 보냈다. 페스트 컨트롤은 뱅크시가 2008년 직접 설립했다.
이후 3년 동안 이 작품이 진품인지를 알려달라고 계속 요구했지만, 페스트 컨트롤에서 아무 답이 없었다는 것이다.
뱅크시 작품을 여럿 소유한 카츠는 페스트 컨트롤을 향해 "당신들이 작품을 갖고 있고 검사를 했다. 그건 (진품이) 맞느냐 아니면 틀리냐"라면서 "틀렸다고 하면 괜찮다. 우리가 산 쪽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맞는다면 정말 좋다. 그저 우리에게 (어느 쪽이든) 입증하는 데 필요한 서류를 달라"고 호소했다.
1990년 처음 활동을 시작한 뱅크시의 정체에 대해서는 수많은 추측이 나온다.
영국의 유명 밴드인 '매시브 어택'의 멤버인 로버트 델 나야, 역시 유명 밴드인 '고릴라즈'를 만든 유명 만화가 제이미 휼렛, 유명 TV 미술 프로그램 '아트 어택' 진행자였던 닐 뷰캐넌 등이 뱅크시로 언급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최근에는 뱅크시 작품의 위조품이 늘어 온라인에서 진품으로 팔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페스트 컨트롤에는 정품 뱅크시 작품임을 확인해달라는 인증서 신청이 매달 최대 700건 접수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전했다.
이 때문에 일부 수집가는 정품 인증서를 받기 위해 몇 년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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