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환자 스스로 약물을 투약하는 등의 방법으로 죽음을 맞는 '조력 사망' (assisted dying)의 법제화를 추진한다.
10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일간 라 크루아, 리베라시옹과의 인터뷰에서 조력 사망에 관한 법안을 5월 중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이 구상하는 법안은 스스로 판단이 가능한 성인을 대상으로 조력 사망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판단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성인이 단기·중기적으로 치료가 불가능하고 고통을 완화할 수 없는 치명적인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 "죽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안은 의료 전문가의 동의 하에 환자에게 처방된 치명적 약물을 환자가 스스로 투약하는 방식을 택할 예정이다. 다만 신체적 여건상 환자가 직접 하지 못할 경우 제 3자의 도움을 받아 약물을 투약할 수 있다.
환자의 사망 조력 요청을 받은 의료 전문가는 15일 이내에 응답해야 하며, 이 절차를 거쳐 이뤄진 승인은 3개월 동안 효력을 갖는다. 그동안 환자는 조력 사망 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
또한 의료 전문가가 조력 요청을 거부할 경우, 환자는 이의를 제기하거나 다른 의료 전문가와 상담할 수 있다고 마크롱 대통령은 설명했다.
안락사는 크게 소극적 안락사와 적극적 안락사, 조력사 등으로 나뉜다.
소극적 안락사는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영양공급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치료를 중단함으로써 생을 마치게 하는 것이다.
반면 적극적 안락사는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치명적인 약물을 주입해 죽음에 이르게 하고, 조력 자살(assisted suicide)로도 불리는 조력사는 환자가 의사가 처방한 약물을 투약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도록 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국이 추진하는 조력 사망의 경우, 환자의 동의가 필수적인 동시에 정확한 기준과 의료 전문가의 소견이 이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조력 자살이나 안락사(euthanasia)라는 용어는 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프랑스는 앞서 2005년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를 도입했다.
이후 2016년에는 의사가 고통스러워하는 말기 환자에게 강력한 안정제를 계속 투여해 수면 상태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마련했다.
하지만 환자의 자발적 의사에 따른 적극적 안락사나 조력사는 금지돼 있어 이를 원하는 환자들은 벨기에나 네덜란드 등 이를 허용하는 주변 국가로 가야 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2002년 적극적 안락사 등을 합법화했다. 이들 국가의 경우 부모 동의를 전제로 아동에 대해서도 안락사를 허용한다.
이 밖에 룩셈부르크(2009년)와 스페인(2021년) 등도 적극적 안락사 등을 일부 도입했다.
AFP는 이번 조력 사망 법제화 추진이 국내에서 거센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 오는 5월에 법안이 제출되더라도 내년 이전에는 통과될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현지 여론조사를 보면 프랑스 국민 대다수가 '죽을 권리'의 법제화에 찬성하지만, 가톨릭 교계 등의 반대 여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AFP는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세계 최초로 여성의 낙태 자유를 헌법에 명문화하는 성과를 거둔 뒤 이같은 구상을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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