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팩(wolf pack·늑대무리)'이라 불리는 해외 행동주의 펀드와 표대결을 예고한 삼성물산의 주주총회가 오는 15일 개최된다.
통상 '우군'으로 분류되는 2대 주주 KCC가 이번에도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KCC가 보유 중인 2조원에 달하는 삼성물산 지분이 KCC에게는 '현금성 자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지분 구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및 특수관계인 33.29% ▲KCC 9.17% ▲국민연금 7.25% ▲행동주의 펀드(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 등 5개 연합 + 팰리서캐피털) 2.08% ▲소액주주 39.21%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을 제외하고 지분율이 5%를 넘어가는 주요 주주는 KCC와 국민연금밖에 없다. KCC는 2대 주주로, 삼성의 '백기사'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15년 삼성이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표 대결을 벌였을 당시 지분을 매입해 결과적으로 경영권 방어에 기여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KCC 내부적으로 삼성물산의 지분을 '투자지분'으로 분류하고 있다. 삼성물산과의 우호적인 기업 관계를 유지하기 위함이 아닌,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때문에 행동주의 펀드가 제시하는 주주환원책이 KCC의 자산 증식에 도움이 된다면 시장의 예측을 벗어난 표를 던질 수도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또 실리콘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자회사 '모멘티브'의 IPO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도 KCC가 보유 중인 삼성물산의 지분을 '현금성 자산'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당초 모멘티브의 IPO가 불발되면 KCC의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KCC는 "2조원 가치의 삼성물산 지분을 비롯해 현금성 자산 및 단기금융상품을 보유하고 있어 현금만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KCC의 표심과는 별개로 이번 삼성물산 주주총회의 '캐스팅보트'는 소액주주라는 것이 중론이다.
5개 헤지펀드와 이를 지지하는 팰리서캐피털을 더해도 지분이 2% 수준에 그치지만, 40%에 달하는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들이 삼성물산에 등을 돌린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소액주주들이 모여있는 SNS 대화방에는 '헤지펀드의 제안에 찬성해 달라'는 공지와 함께 전자투표 방법이 안내돼 있다.
한편, KCC 관계자는 "현재 행동주의 펀드를 포함해 모든 안건들을 검토하고 있으며,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심사숙고한 후 행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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