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러시아 대선에는 총 4명의 후보가 등장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을 제외하고 ‘새로운사람들당’의 다반코프,‘공산당’의 하리토노프, ‘자유민주당’의 슬루츠키 등이 함께 후보로 나왔는데, 이들 모두 득표율은 5% 안팎이고요. 모두 푸틴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전쟁 반대를 주장하며 푸틴에게 맞섰던 나데즈딘도 대선 후보 등록에 나섰으나,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추천인 서명 상당 수가 무효라는 이유로 후보 등록을 막았는데요. 또 가장 유망했던 반푸틴 세력, 나발니는 지난달 옥중에서 사망했고요. 2022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던 인권 운동가 오를로프는 러시아 군을 비판하는 글을 써 수감됐습니다. 이렇게 이번 대선에는 푸틴에게 맞설 만한 인물도, 세력도 없기 때문에 푸틴의 당선은 기정 사실화되고 있었습니다.
이번 러시아 대선의 관전 포인트를 본격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첫번째는 바로 득표율이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당선은 사실상 확정이지만, 이번 푸틴 정부는 대선에 아주 필사적이었는데요. 이유는 이번 대선이 러시아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동원령까지 내리며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당성을 묻고 있기 때문입니다.이에 푸틴은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전례 없는 득표울 80%에 도전했습니다.이는 2018년 대선 당시 득표율이었던 76.7%를 뛰어 넘는 수치고요. BBC에 따르면, 사상 최대 득표율을 달성해 전쟁의 정당성을 지키고자, 러시아 당국은 공무원을 비롯해 국영 기업 소속 직원들까지 동원해 푸틴의 지지를 적극적으로 권장했습니다. 또 유권자들은 선거 관리 직원들과 무장 군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접지 않은 투표 용지를 투명 투표함에 넣어야 했고요. 이에 더해, 조금이라도 투표율과 득표율을 높이고자 이번 선거는 대선 최초로 사흘간 치러졌습니다. 또, 최초로 온라인 투표도 도입되면서 공정한 선거 감시가 어려워지기도 했습니다.
두번째 관전 포인트는 바로 이 온라인 투표 도입입니다. 러시아 27개 지역과 우크라이나 점령지 2곳에서는 디지털 코드로 신원을 확인하고 원격으로 투표할 수 있었는데요. 러시아 민간 선거 감시 단체 '골로스'는 이를 통해 누가 어떤 후보에게 투표했는지 추적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워싱턴 포스트는 2021년 러시아 하원을 뽑는 두마 선거 당시, 친푸틴 후보 9명이 오프라인 선거에서 패했지만, 온라인 투표에서 역전한 점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서는 모스크바 현지시간으로 16일 오후 9시 27분 기준, 온라인 투표율이 벌써 90%에 달했다고 보도했고요. 푸틴 대통령은 선거 첫날 집무실에서 온라인으로 투표하는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세번째 관전 포인트는 러시아 반정부 세력의 반발과 우크라이나 전쟁입니다. 러시아는 일방적으로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도 투표를 강행하며 푸틴 대통령을 찍도록 강요해,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었는데, 이곳 모두에서 90% 안팎의 득표율이 나왔습니다. 선거 마지막 날인 17일 정오에는, 나발니 지지자들은 투표소에 등장해 무효표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나발니는 생전에 푸틴에 저항하는 ‘정오 시위’를 제안하면서 장기집권에 대한 항의표시를 하자고 주장했었는데요. 앞서 지난 15일~16일에는 일부 러시아인들이 투표함에 녹색 액체를 쏟고, 투표 부스에 불을 질러 투표 용지를 훼손하기도 했습니다.
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반정부 무장세력은 선거에 맞춰 러시아 국경지대에 대한 공격을 퍼붓고 있습니다. 러시아 남부 벨고로드에서 쿠르스크 지역에 이르는 접경지에서 15일부터 양국의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럼 푸틴 대통령이 높은 득표율을 얻어 재집권에 나설 경우, 향후 전망도 살펴 봐야겠죠? 먼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높은 득표율을 기반으로 추가 징집 가능성도 있는데요. 대통령 취임식인 5월 7일까지, 도네츠크 지역을 점령하려는 움직임이 예측되기 때문입니다. 또, 3월로 예정된 우크라이나 대선은 전쟁으로 무산될 가능성이 높기에, 전쟁은 장기화가되고 이에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러시아 경제는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6% 성장했습니다.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개발도상국과의 교류 확대가 모멘텀으로 작용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G7국가보다 경제 성장률이 더 높습니다. 하지만 서방과의 교류 단절에서 비롯되는 첨단 기술의 발전 제약도 언급되고 있고요.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도 위험 요소로 꼽히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관계는 대선에 따라 소폭 달라질 전망인데요. 먼저 조금 전, 백악관에서는 러시아 대선출구 조사 결과를 듣고,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라는 입장을 밝히며 러시아 선거 과정을 비난했습니다. 한편, 얼마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토 동맹국을 향해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러시아가 이들 국가를 침공하는 것을 오히려 격려한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러시아 원유 수출을 미국이 다시 승인하게 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했던 국제유가는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정유시설을 연일 공격하면서국제유가는 다시 급등하는 추세고요.
우리나라와의 관계는 두 가지 관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선 푸틴 대통령이 북한은 자체 핵우산을 보유했다고 언급하며, 핵 보유국을 용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요. 북한이 러시아가 작년 9월에 제안한 합동군사훈련에 응한다면, 한러 관계는 더욱 더 냉각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러시아가 협력국으로 한국을 선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당선 결과가 공식적으로 나온 후, 오늘 서울에서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진행되고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국무 장관의 회담도 예정돼 있어, 각 정부의 공식 반응이 나올지 주목되고 있는데요. 러시아의 푸틴주의, ‘푸티니즘’이 공고해지면서, 우리나라에서는 한러 관계의 딜레마를 잘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지금까지 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이었습니다.
김예림 외신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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