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늘면 소득불평등 커진다?…엇갈린 연구결과

입력 2024-03-19 06:13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김민수 한은 금융안정국 차장과 유경원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최근 공개한 '부의 양극화 현상과 금융안정 간 상호 영향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가계신용과 소득 불평등 간 안정적인 관계는 우리나라의 경우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 차장과 유 교수는 주택담보대출 등의 증가로 금융회사들의 막대한 이자 이익을 거두면서 금융권 종사자들과 금융자산 보유자들의 소득이 크게 늘어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다수 해외 연구 결과를 우리나라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한은의 가계신용 자료와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 원자료를 바탕으로 한 소득 불평등 지표 등을 각각 분기별로 추출해 시계열 분석을 시도했다.

그 결과 연구자들은 "부채를 기반으로 한 최근의 금융화가 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한 소득 불평등에 단기적 내지 일시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있지만, 이런 관계가 장기적으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화·금융정책이 단기적으로 부와 소득분배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불평등은 화폐적 현상은 아니라는 아구스틴 카스틴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의 2021년 주장에 대한 실증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6월 작성됐지만, 지난달 말에야 전체 내용이 외부로 공개됐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부채와 소득 불평등 사이에 단기적으로 양(+)의 관계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보다 사실상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데 연구 결과의 방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연구 방법이 전혀 다르지만, 황설웅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과 김수현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와 소득 불평등' 보고서의 결론과 다소 상반된 것으로 보인다.

황 부연구위원과 김 교수는 보고서에서 "비금융자산 취득 용도의 신규 가계부채가 발생할 경우 저소득 가계에는 소득이 감소하는 반면, 고소득 가계에는 소득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대부분이 비금융자산 취득 용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계부채 증가가 소득 불평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두 연구는 거시건전성 규제 당국을 향해서도 서로 다른 시사점을 제시한 것으로 읽혔다.

김 차장과 유 교수는 "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TI(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가 의도하지 않게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기보다는 거시건전성 강화라는 원래의 취지에 맞게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반면, 황 부연구위원과 김 교수는 "거시건전성 안정을 위한 현실의 대출 규제 하에 비금융자산을 취득하기 위한 충분한 양의 부채를 증가시킬 수 있는 가계는 고소득층에 한정된다"며 "이를 고려하면 과도한 가계부채는 재분배 측면에서 부정적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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