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회의 개최를 하루 앞둔 시장을 인공지능 열풍이 휩쓸었다. 현지시간 18일 캘리포니아 새너제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연례 기술컨퍼런스에 대한 기대와 이날 새벽 블룸버그가 깜짝 보도한 애플과 구글의 인공지능 협력 전망에 3대 지수가 일제히 반등했다.
이날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2.33포인트, 0.63% 오른 5,149.42,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30.27포인트, 0.82% 오른 1만 6,103.45를 기록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도 이날 75.66포인트, 0.2% 상승한 3만 8,790.43을 기록했다.
● "적극적으로 협상 중"…인공지능 돌파구 찾은 애플-구글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주가는 애플의 차기 아이폰 소프트웨어에 제미나이(Gemini) 인공지능의 라이선스를 사용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블룸버그의 보도에 하루 4% 넘게 뛰었다.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뒤쳐졌다는 우려 속에 올해 약세를 보이던 애플 주가도 이날 1.1% 상승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애플이 구글의 인공지능 엔진을 아이폰에 탑재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인공지능 산업을 뒤흔들 대형 계약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팀 쿡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연례 주주총회에서 "인공지능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하고 "올해 말해는 미래를 재정의할 새로운 기술인 생성형 인공지능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애플은 올해 6월 열리는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WDC)와 하반기 차기 아이폰 운영체제인 iOS18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다. 애플은 구글 뿐만 아니라 오픈AI와도 제휴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과 애플 양측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한 블룸버그는 라이선스 제공에 대한 브랜딩이나 상세 조건은 확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구글은 올해 삼성 갤럭시S24 스마트폰과 자체 설계한 픽셀8 등에 인공지능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 2위 업체에 모두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가 시도하던 차기 검색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지킬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웨드부시의 애널리스트인 다니엘 아이브스는 "구글이 애플 생태계에 진입하고 애플의 설치 기반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승리"라고 평가했다. 아이브스는 이어 "이번 전략적 파트너십은 애플의 AI 전략에서 빠진 부분을 채워주고, 구글과 힘을 합쳐 제미나이를 통해 일부 AI 기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미 애플 사파리의 기본 검색엔진에 구글을 사용하는 대가로 연간 180억 달러로 추정되는 비용을 지급하는 등 반독점 문제로 미 법무부와 소송을 벌이고 있고, 제미나이의 이미지 생성에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등의 문제로 기능이 일시 정지되는 등 우려도 적지 않다.
CFRA 리서치의 부사장 겸 수석 주식 애널리스트인 안젤로 지노는 보다 부정적 의견을 냈다. 그는 투자자 노트에서 "이번 협상은 인공지능에 대한 애플의 내부 노력이 오픈AI와 제미나이보다 훨씬 뒤처져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안젤로지노는 이번 잠재적인 협상으로 하반기 애플이 "iOS 18에 중요한 AI 기능을 추가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애플은 프로젝트 아약스(Ajax)로 불리는 대규모언어모델을 자체 개발 중에 있고, 이달 14일에는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동시에 해석하고 생성하는 멀티모달 인공지능 MM1 제품군에 대한 연구 결과도 공개했다.
● 기대가 너무 컸다…GTC 이후 약세 엔비디아
이날 시장을 밀어올린 또 다른 종목은 올해 AI 테마의 대장주 역할을 한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이날부터 21일까지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 센터에서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를 열고 차세대 AI 칩 GB200을 공개했다.
이에 대한 주가는 오전 거래에서 엔비디아는 한때 4% 가량 뛰었으나 오후들어 낙폭을 반납한채 정규 거래는 0.7% 상승에 그쳤다. 엔비디아 주가는 컨퍼런스가 열린 오후 4시 40분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약세로 전환해 현지시간 오후 6시 45분 현재 약 1% 하락한 채 거래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블랙웰 아키텍처를 새로 공개하고 로봇과 생명 공학 등으로 이어지는 인공지능 기술 혁신의 미래를 제시했다. 그는 "생성형 인공지능은 우리 시대를 정의하는 기술"이라면서 "블랙웰은 새로운 산업 혁명의 원동력이 될 엔진"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아마존 웹서비스, 델,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오라클, xAI 등이 블랙웰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나설 전망이다.
블랙웰 아키텍처는 현행 호퍼 아키텍처 기반 H100에 쓰인 800억 개의 트랜지스터 2.5배인 2,080억 개의 트랜지스터로 구성되어 있다. 하이퍼스케일러의 인공지능 추론 훈련을 겨냥해 GPU 마다 초당 1.5TB 속도로 양방향 처리하는 차세대 NV링크를 지원한다. 이번 칩 역시 세계 최고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4나노 기술을 사용해 생산할 예정이다.
● 국제유가 불안한 급등…브렌트유 90달러 간다
이날 시장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연방공개시장위원회 개최에 대한 불확실성과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반등 우려 등 악재를 동시에 소화했다.
채권 금리는 연준 정례 회의를 앞두고 미 10년물 기준 전날보다 2.2bp 오른 4.326%를 기록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 집계기준 6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50.7%로 지난 11일 59.6%에서 대폭 하락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가 모두 시장 기대치를 웃돈 가운데 에너지 가격 상승도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OPEC+ 산유국들의 석유 감산 통제를 지키지 않은 이라크가 전월 대비 10만 배럴 수출을 축소하는데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량이 두 달 연속 감소하는 등 공급 우려가 커졌다.
이 여파로 서부텍사스산원유 4월 인도분 가격은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전 거래일보다 2.16% 뛴 82.79달러까지 올랐고, 브렌트유는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기준 1.96% 뛴 배럴당 87.01달러를 기록했다. 한편 금값도 이날 FOMC회의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보합권인 온스당 2,164달러선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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