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 주주총회가 조금 전 끝났습니다.
이번 주총의 핵심은 배당금이었는데요. 배당금을 더 주라는 안건이 부결되고 덜 주겠다는 안건이 통과됐습니다. 흔치 않은 상황인데요.
현장 나가있는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고영욱 기자. 주총 결과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주시죠.
<기자>
네 고려아연 주주총회가 조금 전 끝났는데요.
이번 주총의 핵심이었던 배당금 안건이 통과됐습니다.
연간 배당금을 지난해보다 5천원 줄인 주당 1만5천원으로 지급하는 내용입니다.
대주주 영풍은 주당 2만원의 수정안을 올리고 위임장을 걷었지만 표 대결에서 졌습니다.
고려아연 유통주식수가 2천80만여 주 인 만큼 3천억 원이 넘는 돈이 배당금으로 지급됩니다.
출석률 90%에 찬성률은 61%입니다.
영풍 지분율이 32%, 출석률로 환산할 경우 38% 가량인 만큼 국민연금과 사실상 모든 소액주주들이 고려아연 안건에 찬성한 겁니다.
<앵커>
배당을 더 주라는 안건이 부결되고 덜 주겠다는 안건이 통과된 특이한 상황이군요. 왜 그런 겁니까.
<기자>
소액주주들이 고려아연이 처한 특수한 상황을 이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려아연은 최대주주 영풍과 경영권 분쟁 중입니다.
75년 전 동업으로 시작한 고려아연과 영풍은 오너일가 세대교체가 진행되면서 마찰을 빚어왔습니다.
특히 최근 고려아연이 이차전지 소재사업에 진출했는데 영풍이 이에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고려아연 입장에선 배당금을 덜 주는 것이 영풍의 간섭을 벗어나는 방법입니다.
영풍과 장형진 영풍 고문이 고려아연에게서 받는 배당금을 활용해 고려아연 지분을 사 모으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도 영풍 측의 매집을 제한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처음으로 밸류데이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정리하면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고려아연에 힘을 실어줘야 주가도 오르는 상황인 겁니다.
<앵커>
주주 입장에서 단기적으론 배당금이 줄지만, 중장기적인 주가 상승에 투표했다는 거군요. 다른 안건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기자>
이번 주주총회에서 또 다른 주요안건인 정관 변경의 경우는 부결됐습니다.
정관변경은 해외 합작법인으로 제한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 대상을 넓히는 내용입니다.
찬성률은 53%로 과반을 넘겼지만 출석주주 3분의 2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 사안이기 때문에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고려아연 측은 내년 주총에도 이 안건을 올린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지분희석 논란을 고려해 유상증자 가능 규모를 현행 40%에서 절반인 20%로 줄일 계획입니다.
이번 주총에서 이외 나머지 안건들은 모두 통과됐습니다.
또 다른 관심 사안이었던 장형진 영풍 고문의 고려아연 기타비상무이사 재선임 안간도 통과됐습니다.
<앵커>
찬성률이 어느 정도 나왔나요.
<기자>
아직 공식 집계는 나오지 않았는데요. 지난해보단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액주주 사이서 영풍 때문에 고려아연 기업가치 떨어진다는 일부 여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기타비상무이사에 재선임된 장형진 고문은 영풍 창업주의 차남입니다.
장 고문은 영풍 경영보다 고려아연 지분매집에 관심이 있는 모습입니다.
영풍의 본업은 6년째 적자입니다. 지난해 연결기준 1700억원 영업적자를 냈고요. 그나마 고려아연서 받은 배당금으로 당기순손실 850억원 적자로 줄였습니다.
그러면서 영풍 측은 올해 들어서 44차례에 걸쳐 고려아연 지분을 매집했습니다.
또 최근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두 차례나 일어났습니다. 지난해 12월과 이달 8일입니다.
다만 장 고문은 공식직함이 고문인 만큼 중대재해 처벌과 같은 법적 책임을 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풍 주주총회는 내일(20일) 열립니다.
지금까지 고려아연 주주총회 현장에서 한국경제TV 고영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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