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천지에 빠진 섬나라…주민이 칼 들고 '자체방어'

입력 2024-03-19 13:39   수정 2024-03-19 14:14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갱단이 수도 대부분 지역을 장악하며 '무법천지'에 빠지자 일부 주민들이 자경단을 조직해 자체 방어에 나서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80%가 갱단에 장악된 것으로 추정된다.

수도에선 매일 경찰과 갱단 간에 전투가 벌어지고 있고 주민들이 두려움에 외출을 자제하면서 시내 도로는 텅 빈 상태다.

한때 자동차와 인파로 붐볐던 포르토프랭스의 '투생 루베르튀르 국제공항' 앞 넓은 도로는 '종말 이후'의 고요함을 느끼게 한다고 CNN은 전했다.

갱단은 이달 초부터 공항·경찰서·정부 청사·교도소 등을 잇따라 공격하고 있고, 도시 전역의 식량·연료·물 공급을 막고 있다.

그나마 현지 경찰이 수도 전역에서 한 블록씩 통제를 되찾기 위해 싸우고 있지만 기업과 학교들은 연이어 문을 닫고 있다.

주민들은 집을 떠나는 것을 두려워해 자가격리를 하고 있고, 공포·불신·분노에 휩싸여 있다고 CNN은 전했다.

치안 부재 속에서 포르토프랭스의 일부 구역 주민들은 '브와 케일'(bwa kale)로 알려진 자경단 운동으로 갱단에 맞서고 있다.

자경단원들은 마체테(날이 넓은 큰 칼)로 무장하고 지역 경찰과 공조하면서 갱단과 싸우거나 이들을 몰아내고 있다.

포르토프랭스 카나프 베르 구역은 자경단 덕분에 그나마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지 경찰은 "자경단을 잘 알고 있으며 그들에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자경단이 경찰서를 갱단의 공격에서 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때론 자경단이 갱단 단원들을 붙잡아 잔인하게 살해하고 불태우는 보복 사건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갱단 단원이나 일반 범죄인로 의심되는 수백 명이 자경단에게 살해당했다.

갱단의 공격을 피해 집을 떠난 주민들이 머물고 있는 수용소 상황도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이주민들은 비좁고 위생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공립학교 등의 수용소에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생활하고 있으며, 토착 주민들과도 충돌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아이티에서 불신 분위기가 심화해 전통적인 사회안전망이 파괴되면서 사람들이 오갈 곳이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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