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을 부풀리기 사기 의혹 민사재판 1심에서 패소해 6천억원대 벌금 폭탄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정치적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파산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는 측근들의 증언이 나왔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제임스 레티샤 뉴욕주 검찰총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탁금 지급 시한인 이달 25일까지 공탁금을 내지 않으면 그의 부동산 등 자산을 압류할 수 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레티샤 검찰총장이 제기한 자산 부풀리기 사기 의혹 민사재판 1심에서 지난달 패소함에 따라 항소심 진행을 위해 4억5천400만달러(약 6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공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심 결정에 항소하려면 이달 25일까지 공탁금을 맡겨야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해당 공탁금 전액을 낼 수 있는 현금이 없다며 벌금형 집행을 중단하거나 공탁금을 1억 달러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재무 전문가들은 그가 파산 신청을 하면 벌금 집행을 미뤄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산 신청을 해 지급 능력이 없다고 인정할 경우 재판부에서는 주 법원을 포함해 그의 채권자들 간의 우선순위를 가리는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이는 최소 수년이 걸릴 수 있는 복잡한 절차로, 그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적어도 대선 전까지는 벌금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산 신청을 하는 것이 그의 대선 캠페인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이러한 방법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그와 가까운 네 명의 소식통은 WP에 전했다.
비록 파산 신청을 통해 당장의 현금 부족을 해결할 순 있지만, 그간 '성공한 사업가'로 이미지를 내세워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전략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측근들은 그가 공탁금 지급 시한인 25일까지 돈을 내지 않고 버텨 공을 차라리 검찰 측에 넘길 가능성도 크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WP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파산했다고 말하느니 차라리 레티샤 검찰총장이 보안관들을 데리고 월스트리트에 있는 '트럼프 빌딩'에 나타나 비난을 퍼붓는 편을 택할 것"이라며 "그는 그 방법이 정치적으로 그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파산은 그에게 불리하지만, 레티샤 총장이 그의 재산을 빼앗으려고 하는 것은 유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뉴욕포스트도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25일이라는 시한을 그냥 넘기고 레티샤 총장이 움직이도록 둘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레티샤 검찰총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탁금을 내지 않으면 '트럼프 빌딩'을 포함해 그의 건물을 압류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이번 공탁금 마련을 위해 보험사 등 보증회사 수십 곳과 접촉했으나 결국 모두 거절당하는 등 현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 보험사나 은행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실제 지급 능력과는 별개로 회사의 대외적 이미지를 고려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증을 서주는 것을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행 피해자 명예훼손 사건 항소를 위해 1천억원대 공탁금 보증을 제공한 보험회사 처브그룹은 투자자와 고객들로부터 트럼프를 옹호한 결정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에반 그린버그 처브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해당 공탁금 보증은 "특정 당사자에 편을 드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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