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태국과 맞붙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 당시 관중석에서 일부 팬들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비판하는 깃발을 걸자 이를 경호업체측이 억지로 빼앗는 모습이 노출됐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의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3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이날 경기 관중석에 6만4천912명의 관중이 들어찬 가운데, 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는 선수단을 향한 응원과 함께 정몽규 축구협회장을 비판하는 대형 걸개를 내걸었다.
전 대표팀 감독인 클린스만의 부진을 비롯해 대표팀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이어지면서 정몽규 회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진 상황이었다.
붉은악마 중 일부는 '몽규 아웃'이라고 적힌 대형 깃발을 흔들었고 팬들은 '정몽규 OUT'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단체로 꺼내 들었다.
2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한축구협회가 고용한 경호업체 관계자가 붉은악마로부터 '몽규 아웃' 깃발을 강제로 빼앗는 모습이 찍힌 영상이 게재됐다.
대한축구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이날 등장한 걸개가 반입 금지 대상이었으며, 깃발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FIFA 규정상 정치적, 공격적 목적의 문구가 적힌 배너와 깃발, 의류, 도구, 전단 등은 경기장 내 반입이 금지된다. 또 크기 2m×1.5m가 넘는 사전에 승인되지 않은 배너 또한 경기장 입장 전 검사를 거쳐야 소지할 수 있다.
손깃발은 크기 1m, 깃대는 직경이 1㎝ 이하의 유연하게 구부러지는 재질의 것만 흔들 수 있다.
붉은악마가 흔든 '몽규 아웃' 깃발의 크기는 FIFA 기준을 넘는데다 깃대 역시 나무 재질로 만들어져 위험하다는 것이 대한축구협회의 해명이다.
이에 경호업체 측이 관중들에게 깃발과 배너 등을 내리라고 요구했으나, 붉은악마 측이 거부해 결국 억지로 빼앗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양측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경호업체 측과 붉은악마 측 모두 다치기도 했다.
사태 이후 붉은악마 의장과 경호업체 대표, 협회 안전담당관이 모여 대화한 끝에 갈등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보다 세심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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