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당국이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에서 발생한 테러의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하면서 3년째에 접어든 양국간 전쟁에 돌발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이번 테러의 핵심 용의자 4명 등 관련자 11명을 검거했다며 핵심 용의자 4명이 모두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약 300㎞ 떨어진 브랸스크 지역에서 검거됐다고 밝혔다.
브랸스크는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깝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용의자들이 범행 후 차를 타고 도주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려 했다"며 "이들은 우크라이나 측과 (테러 관련)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의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은 이날 용의자들을 체포한 군인들이 포상받아야 한다면서 "괴물들(테러 용의자들)은 우크라이나 국경까지 불과 100㎞ 정도만 남겨놓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시모냔은 이어 이번 사건이 "형제가 아닌 사람들(우크라이나인들)에 의해 계획된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이번 테러의 배후가 자신들이라고 주장했음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연관성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이 같은 러시아 측 주장을 전면 부인하며 이번 테러가 자신들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우크라이나는 이 사건들과 전혀 관련이 없다"며 러시아 측의 주장이 절대적으로 용납될 수 없으며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우크라이나는 나아가 이번 참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의 자작극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군 정보기관은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은 푸틴의 명령에 따라 러시아 특수부대가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도발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더욱 확대하고 확장하려는 것이 목표였다"고 주장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나 우크라이나인이 연루돼 있다는 징후는 없다"며 '우크라이나 연루설'에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번 테러와 무관함을 재차 밝혔으나 러시아는 그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실시된 대선에서 87%가 넘는 득표율로 5선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서도 당선 직후에 수백명의 희생자를 낸 초대형 참사가 일어난 것은 내치에 있어 큰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푸틴 대통령이 이번 테러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이미 많은 러시아 전문가는 지난주 치러진 대선 이후 푸틴 대통령이 안보 정책에 있어 상당한 변화를 꾀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내부 반대 의견을 가혹하게 진압하거나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군인을 추가 징집하는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안보 정책에 있어 대대적인 변화를 줄 구실을 찾고 있었다면, 이번 테러가 그 빌미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찰스 리치필드 부국장은 "크렘린궁이 분위기를 반전시킬 확실한 경로는 (테러를) 우크라이나 전쟁과 연관 짓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이번 테러를 계기로 우크라 전장에서 공세의 고삐를 더 세게 쥘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로이터에 따르면,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러시아 하원 국방위원장도 "우크라이나가 이번 테러의 배후로 밝혀진다면 러시아가 전장에서 명확하게 대응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보복을 천명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역시 "그들이 키이우 정권의 테러리스트라는 것이 확인된다면 무자비하게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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