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이 25일 무더기로 사직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와 의사들 사이에서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교수들이 사직서가 수리될 때까지는 진료하겠다고 밝혔고, 병원들은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장 의료 현장에 대혼란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와 의사들 사이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갈등은 내주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이 내려지면 더 격화될 가능성이 크지만, 대통령실이 면허정지 처분에 대해 "유연처리를 모색하라"고 지시해 그동안 막혀있던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대화의 물꼬가 극적으로 트일 가능성도 보인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국의대교수 비대위)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 교수 단체들에 따르면 상당수 의대 교수 단체들은 계획했던 대로 이날 대학 측에 사직서를 일괄 제출할 계획이다.
사직서가 수리될 때까지는 진료를 계속하되, 외래진료, 수술, 입원 진료 근무 시간은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으로 줄인다.
40개 의대 대부분은 집단 사직서 제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의대는 그동안 집단사직을 할지 여부에 대해 설문조사 등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했다.
전의대협에 참여하는 대학은 교수협의회가 없는 1개 대학을 제외한 39개 대학이며, 지난 22일 밤 열린 전국의대교수 비대위 회의에는 19개 대학이 참여했다.
교수들의 요구사항은 의정(醫政) 간 대화뿐 아니라 정부가 지난 20일 '2천명 증원'의 쐐기를 박으며 발표한 대학별 정원 배분의 폐기다.
전국의대교수 비대위는 22일 회의 후 "비대위 목표를 '2천명 증원을 미루고 대화의 장을 열어야 한다'에서 '의대 정원 배정을 철회하고 대화의 장을 열어야 한다'로 수정한다고 밝혔다.
대학별 정원 배분 발표에 따라 문구를 수정한 것이지만, 정부가 쐐기를 박았는데도 '2천명 증원 백지화'라는 목표를 바꾸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상당수의 의대에서 교수들이 무더기로 사직서를 낼 계획이지만, 이미 1달 넘게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운 의료 현장에서 당장 혼란이 더 극심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사직서가 수리되기 전까지는 진료를 이어가겠다고 누차 밝혀왔으며, 대학들은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사직서 제출이나 주 52시간 근무 선언이 정부에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촉구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내주 전공의들에 대한 3개월 면허정지 본처분을 예고하고 있어 교수들의 저항이 더 커질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부와 의사들 사이 대화가 시작될 여지도 있다.
정부는 그동안 업무개시(복귀)명령에도 의료현장에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들을 상대로 행정처분(면허정지) 사전통지서를 발송해왔다. 이달 초 가장 먼저 사전통지서를 받은 전공의들의 경우 의견 제출 기한이 이달 25일까지인데, 이론적으로는 26일부터 바로 면허를 정지시킬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달라"면서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의교협 회장단과 간담회를 진행한 후 나온 발언으로, 총선 국면에서 여당과 정부가 의사들과의 대화에 나서며 해결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는 의료계에 대표성 있는 창구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는데, 의료계는 같은 날 대한의사협회(의협)과 대전협, 전의교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참여한 가운데 회의를 열기도 했다.
다만 '2천명 증원'은 양보하지 못한다는 정부와 '2천명 증원 백지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의료계 사이의 입장 차이가 커서 양측이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