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시장 '큰 손'으로 통했던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중국 시장에 의존해온 고가 패션브랜드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유명 패션브랜드 구찌는 중국 경기 둔화 등에 따른 매출 급감 전망을 내놓았고, 스위스 시계 산업협회는 지난달 중국과 홍콩으로의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 19% 줄어들었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중국·홍콩으로의 수출 합계는 단일 시장 기준 최대인 미국으로의 수출 규모를 넘어서며, 스위스 고가 시계는 중국 소비 심리에 영향을 받는 대표적 상품으로 꼽힌다.
오메가·티쏘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스와치그룹의 경우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중국 비중이 3분의 1가량이었는데, 닉 하이에크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시장에) 둔화가 있다"면서 중국 소비자들이 큰돈이 드는 소비를 주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구찌·발렌시아가를 소유한 프랑스 업체 케링 SA는 19일 구찌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며, 이에 따라 케링의 1분기 전체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10%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케링 주가는 20일 파리 증시에서 11.91% 하락 마감한 데 이어 21일(-1.04%)과 22일(-3.57%)까지 사흘 연속 빠진 상태다. 전망치 발표 이후 시가총액은 90억 달러(약 12조원) 줄어들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구찌의 중국 내 온라인 매출 하락이 최근 몇 달 사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또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롤렉스·샤넬·루이뷔통 등의 브랜드가 지난해 홍콩 시장에서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이르면 지난해 10월께부터 성장세 둔화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지난 1월 고가 시계 중고품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0% 떨어진 상태라는 것이다.
'제로 코로나' 해제 이후 중국 소비 회복을 기대하던 고가 패션업계로서는 중국 시장 의존도를 재검토해야 할 처지에 내몰릴 수 있는 상황이다.
HSBC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내 수요 상황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홍콩·마카오·싱가포르 등의 매출도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중국인들이 이들 지역을 관광하면서 고가 물품을 구매해왔는데 씀씀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컨설팅기업 베인앤드컴퍼니는 지난해 12%였던 중국 내 럭셔리 제품 매출 증가율이 올해는 한 자릿수 중반대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다만 프라다의 지난해 4분기 아시아태평양 지역(일본 제외) 매출이 32% 늘어나는 등 일부 브랜드는 여전히 선방하고 있다. 에스티로더 등은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중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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