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량지출 최소 12조 이상 감축...사업타당성 재점검
정부가 내년에도 재량지출을 10% 이상 감축하는 등 나라살림의 허리띠를 조이기로 했다.
다만 연구·개발(R&D), 저출산 대응, 필수·지역의료 확충 등 미래세대와 관련된 부문에는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을 확정했다.
예산안 편성지침은 내년 재정운용 기조와 투자 중점, 재정혁신 방향 등을 담은 원칙으로, 각 부처가 내년 예산안 편성 때 준수해야 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편성 지침이 나온다는 것은 예산 편성이 시작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재부가 이달말까지 각 부처에 관련 지침을 통보하면 해당 부서는 내년도 예산요구서를 작성해 5월말까지 기재부에 제출해야 한다.
기재부는 5월 말까지 각 부처로부터 받은 예산요구안을 토대로 6~8월 중 관계부처, 지자체와 협의, 국민의 의견수렴 등을 거쳐 9월 2일까지 정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의 2023~2027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예산은 올해 대비 4.2% 늘어난 약 684조4천억원으로 전망된다.
올해 예산은 총지출 기준 656조6천억원으로, 지난해보다 불과 2.8% 늘어났다.
기재부가 "건전재정 기조를 확립해 미래세대에 대한 재정의 책임성을 제고하는 가운데 민생과 현장의 수요를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밝힌 만큼 내년에도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 예산지침에도 재량지출을 10% 이상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담았다.
인건비를 비롯한 '경직성 지출'을 제외한 순수한 의미의 재량지출은 120조~140조원 규모 임을 고려하면 최소 12조~14조원을 구조조정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2년 연속으로 20조원대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재정사업평가에서 성과가 낮은 사업으로 분류될 경우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도덕적 해이 발생 우려가 있는 지출 사업은 지원 기준과 수준을 합리적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특히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해 부문별 불균형, 중앙·지방 역할 분담 등을 합리화하겠다고 밝혔다.
가파른 저출산에 따른 교육재정교부금 여윳돈의 활용방안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4대 중점 투자 부문으로는 ▲ 경제 혁신 생태계 조성 ▲ 두터운 약자 복지 ▲ 미래대비 체질개선 ▲ 튼튼한 안보·안전한 사회 등을 제시했다.
우선 혁신생태계를 뒷받침하기 위해 혁신·도전형 연구, 인공지능(AI)·첨단바이오·양자 등 미래전략분야, 신진연구자 지원 등을 중심으로 R&D 투자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R&D 시스템을 개혁하는 한편, 민간이 하기 어려운 혁신·도전형 R&D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예산편성 당시 R&D 예산에 대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데서, 가초연구와 선도기술을 중심으로 대폭 증액을 예고한 것이다.
정부는 또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바이오·미래모빌리티·수소 등 '하이파이브플러스(High 5+)' 첨단 산업 육성을 위해 인프라·인재 양성에도 투자할 방침이다. 중소기업 성장 사다리를 강화하고 벤처·창업 투자를 활성화하며, K콘텐츠·바이오헬스·관광 등 유망 서비스 산업 육성에도 힘쓴다.
기초생활보장 제도를 강화하는 것을 비롯해 약자 복지 기조도 이어간다.
미래 대비 차원에서는 인구 변화를 최우선 현안으로 꼽았다. 일·가정 양립, 돌봄·자녀교육 지원 등으로 저출산 위기에 대응하고, 청년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주거·자산형성·국가장학금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 안전과 관련해선 필수·지역 의료에 중점 투자한다. 중증응급·분만·소아진료 등 필수의료 분야를 확충하고 지역의료를 강화하는데 뒷받침하고, 의료 R&D와의대 증원 관련 예산도 적극 편성한다.
김동일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재정투자 시스템의 획기적 전환을 전제로 혁신·도전형 R&D를 대폭 확대하고 저출산 대응을 강화하겠다"며 "청년의 미래 도약, 일자리·인재·정주요건 등 지방시대의 구현, 필수·지역의료 확충 등 당면과제 해결도 적극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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