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안한다 보장해야"…어산지 미국행 결정 연기

입력 2024-03-27 06:17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52)의 미국 인도와 관련한 결정이 미뤄졌다.

영국 고등법원은 26일(현지시간) 어산지가 영국 정부의 미국 인도 결정에 맞서 제기한 소송에서 미국이 공정한 재판에 대해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며 오는 5월까지로 결정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인 5월20일까지 호주 국적인 어산지가 미국 시민과 동일하게 미국 헌법상 언론의 자유의 권리를 보호받는지, 국적을 이유로 재판에서 차별받지 않을지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또한 재판부는 어산지가 최고형인 사형을 피할 수 있는지 명확히 밝히라고도 요구했다.

어산지가 미국으로 인도되면 국가반역죄 같은 사형까지 가능한 혐의로 기소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그를 인도하는 것이 위법이 되기 때문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런 부분이 보장되지 않으면 어산지에게 미국 인도 결정에 대해 법정에서 이의를 제기할 권리를 인정하고, 미국이 이에 대해 소명하면 양측에 이를 다툴 기회를 주겠다고 덧붙였다.

어산지는 미군 첼시 매닝 일병이 2010년 빼낸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보고서, 국무부 외교 기밀문서를 건네받아 위키리크스 사이트에 폭로했다.

그는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도피 생활을 하다가 2019년 4월 영국 경찰에 체포돼 벨마시 교도소에 수감됐다.

미국 정부는 그해 방첩법 위반 18개 혐의로 어산지를 기소하고 영국에 인도를 요청했으며 어산지는 여러 차례 법정 소송을 통해 이에 맞서 왔다.

이번 재판은 어산지가 2022년 프리티 파텔 당시 영국 내무장관의 미국 인도 명령에 대해 법정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어산지 측은 위키리크스의 폭로 행위가 대중의 알 권리를 위한 정보 습득과 발행이라는 통상적인 언론 기능 수행이라고 주장해 왔다.

미국 정부는 어산지의 행위가 절도와 무분별한 기밀문서 공개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도운 많은 이를 위험에 빠뜨린 것으로 저널리즘을 넘어섰다고 주장한다.

어산지의 부인 스텔라는 이날 법원 앞에서 어산지가 "인간의 생명이라는 전쟁의 진정한 대가를 폭로했기 때문에 탄압받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영국 법원이 요구한) 보장을 하지 말고 이 부끄러운 소송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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