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살리기'에 정책 총동원…효과는 의문

방서후 기자

입력 2024-03-28 17:35   수정 2024-03-28 17:35

    <앵커>

    총체적 난국에 빠진 건설업계를 위해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내놨습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부동산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우선 정부가 과거 금융위기 시절을 방불케 하는 PF 대출 부실을 정리하겠다고 나섰죠.

    또 어떤 내용이 담겼습니까?

    <기자>

    사실 지금의 위기는 건설사들이 집을 못 팔아서가 아니라 집을 지을 수도 없고,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더욱 심각하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국내 16위 건설사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직후 올해 1분기 대형 건설사들의 신용등급과 전망이 줄줄이 하향 조정됐습니다.

    여기에 신용평가사들은 우량하다고 알려진 A급 건설사들의 신용도 추가 강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PF 사업장 재구조화로 대표되는 금융지원 외에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구원 투수로 등판시켜 미분양 아파트 뿐 아니라 토지까지 매입해준다고 나섰고요.

    이와 함께 건설사 수익성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공사비도 현실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주택 사업장에 대해서만 지원되던 PF 보증도 비주택 사업장까지 확대해주기로 했습니다.

    <앵커>

    과거에도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준 적이 있었잖아요? 효과가 있었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금융위기 직후였죠. LH가 정부 대책에 따라 리츠 방식을 통해 미분양 아파트 3,400가구를 매입해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미분양 사업장을 보유한 건설사들이 30% 이상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렇게 공공이 손실을 분담해주면서 건설사들의 손실 규모가 7% 내외로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문제가 되는게 미분양 아파트 뿐 아니라 대출이 안나오거나 이자 부담이 높아서 노는 땅이 많다는 거거든요.

    이런 토지들도 LH가 역경매, 그러니까 매도 희망 가격이 가장 낮은 토지부터 사줬었는데, 금융위기 당시 이렇게 사준 토지가 3조원이 넘었습니다.

    다만 이런 공공 주도의 매입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그리고 정부가 영원히 매입해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효과가 단기적일 거란 뜻이죠.

    그래서 이번엔 건설사의 돈줄이 마른 근본적인 원인인 공사비를 건드려주기로 한 겁니다.

    공공공사에 한해 물가상승분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민간공사는 공사비 분쟁을 예방할 수 있도록 전문기관이 사전에 검토해주는 방식입니다.

    <앵커>

    건설업계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우선 규제가 풀려도 사업성이 안 나와서 공사를 안 하던 건설사들에게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됐다는 반응입니다.

    하지만 공사비 상승 정도가 물가상승분을 뛰어넘어서 문제가 된 건데, 물가상승분 만큼 반영하는 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실제 업계 관계자의 목소리로 듣겠습니다.

    [건설업계 관계자 A: 많은 대책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움직이지 않는 건, 공사비 문제가 가장 크다고 봅니다. 최근 2년 내 공사비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올라갔어요. 사업성이 안돼서,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건설사들이 공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여기에 비주택 PF 보증 역시 수요 자체가 말라버린 상황에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의 설명 듣겠습니다.

    [건설업계 관계자 B: PF 보증이 된다고 하더라도, 사업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살 사람이 없는 거죠. 금리가 높고 경기가 침체국면에 있다 보니까 살 사람 자체가 없다는 게 문제인 거죠.]

    <앵커>

    건설사들이 뭐라도 공급하기에는 사업성이 안 나오고, 수요자들도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럼 백약이 무효한 거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부동산 경기 자체가 의미있는 수준으로 반등되지 않고서는 어떤 정책도 효과를 보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권대중 교수의 설명으로 듣겠습니다.

    [권대중 / 서강대 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 우선 원자잿값이 안정화돼야 하고요. 금리가 안정화돼야 합니다.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태에서 원자잿값이 높아버리면, 건설 수주도 어렵지만, 토지 등 소유자나 수분양자들이 그것을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경기가 침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나마 나온 대책이라도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법 개정 등의 후속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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