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유엔의 한 여성 기구를 이끄는 의장국으로 선출되면서 국제사회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압둘아지즈 알와실 유엔 주재 사우디 대사는 2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 연례 회의에서 이 기구의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당시 경쟁 후보도 없었고 참석한 위원 45명 가운데 아무도 알와실 선출에 반대표를 행사하지 않았다.
이에 알와실은 앞으로 최소 2년 동안 CSW를 이끌게 됐다.
45개국 대표로 구성된 CSW는 정치, 경제, 사회 등의 분야에서의 여성의 지위 향상에 관한 보고서를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에 제출하고 필요한 사항을 권고하는 역할을 한다.
본래 필리핀에 이어 방글라데시가 다음 CSW 의장국이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투표 막판에 사우디가 의장국 자리를 차지하려 로비를 본격화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러나 사우디는 여성 인권이 낮은 대표적 국가인 만큼 파장이 예상된다.
예컨대 사우디에서는 여성이 결혼하려면 남성 후견인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아내는 남편에게 '합리적 방식'으로 순종해야 하며 남편의 재정적 지원이 아내의 '순종' 여부에 달려 있다고 법으로 규정한다.
아내가 '정당한 사유' 없이 남편과의 성관계, 여행 등을 거부할 경우 남편이 아내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중단하는 것도 법으로 정당화된다.
국제사회는 즉각 비판에 나섰다.
셰린 타드로스 국제앰네스티 뉴욕지부장은 "사우디가 (CSW) 주도권을 쥐게 됐으나 여성 인권에 대한 사우디 자체의 이력은 형편없으며 위원회 임무와도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루이스 샤르보노 휴먼라이츠워치(HRW) 유엔 담당 국장도 "사우디가 CSW 의장국으로 선출된 건 여성 권리에 대한 충격적 묵살"이라며 "여성 권리를 옹호한다는 이유로 여성을 투옥하는 국가는 여성 인권을 위한 유엔 최고 포럼의 얼굴이 될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우디 당국은 구금된 모든 여성 인권 운동가를 해방하고 남성 후견인제를 종식하며 여성과 남성이 평등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디언은 유엔 주재 사우디 대표부는 이와 관련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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