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목숨값 그것밖에 안되는지"…尹 "불법 집단행동 법 대응"

이민재 기자

입력 2024-04-01 13:36   수정 2024-04-01 14:48

윤석열 대통령 의료 개혁 대국민 담화
"정권 퇴진 운운, 국민 위협하는 것"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의사 증원을, 의사들의 허락 없이 할 수 없다고 한다면, 거꾸로 국민의 목숨 값이 그것 밖에 안 되는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의과대학 증원을 비롯한 의료 개혁을 주제로 대국민 담화를 했다.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자 직접 관련 입장을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은 "2천 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하여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연구 방법론에 의하더라도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 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의료취약 지역에 전국 평균 수준의 의사를 확보해서 공정한 의료 서비스 접근권을 보장하는 데만, 당장 5천여 명의 의사가 더 필요하다"며 "결국 2035년까지 최소한 1만 5천여 명의 의사를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고령화율이 30%에 달하는 일본은 입원 환자의 평균 입원 일수가 OECD 평균의 3배를 넘는다"며 "고령화가 의료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7년 동안 의대 정원을 단 한 명도 늘리지 못했고, 오히려 줄였다"며 "감축된 정원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7천여 명의 의사를 배출하지 못했고 2035년에는 그 규모가 1만 명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미용 성형 의료로 의사가 매년 6~7백 명 가까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했다.

이날 대통령실에 따르면 영국의 현재 의사 수는 20만 3천 명이고 우리나라 인구 기준으로 환산하면 15만 6천 명이다. 프랑스는 의사 수가 21만 4천 명이고, 인구 기준 환산 16만 3천 명이다. 일본은 의사 수가 32만 7천 명이고, 인구 기준 환산 13만 4천 명이다. 이는 우리나라 의사 수 11만 5천 명보다 많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고령인구 증가 속도는 OECD 평균의 1.7배에 달해서, 앞으로 의사 부족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며 "내년부터 의사 정원을 늘려도, 2031년에야 첫 의대 졸업생이 나오고 전문의는 10년 이상 걸려야 배출된다"고 분석했다. 또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고, 급격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의사협회는 의대정원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고,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며 "증원 규모에 대한 구체적 숫자를 제시해 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의료계는 이제 와서 근거도 없이 350명, 500명, 1천 명 등 중구난방으로 여러 숫자를 던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은 "일부 의사들의 불법 집단행동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며 "국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료법 59조 2항에 따른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고 복귀하지 않은 8,800명의 전공의들에 대해, 의료법과 행정절차법에 따라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정부를 위협하고, 정권 퇴진을 운운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태는 대통령인 저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역대 어느 정부도 정치적 유불리 셈법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 이렇게 방치되어, 지금처럼 절박한 상황까지 온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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