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금리가 5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라서면서 위험자산 시장 전반의 가격을 끌어내렸다. 테슬라는 1분기 전기차 인도 대수를 예상치을 크게 밑도는 38만여대라고 밝혀 기술주 전반의 불안감을 키웠다.
현지시간 2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7.96포인트, 0.72% 내린 5,205.81, 나스닥은 156.38포인트, 0.95% 밀린 1만 6,240.45에 그쳤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396.61포인트, 1% 떨어진 3만 9,170.24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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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분기 인도량 40만대 하회…4년 만에 첫 감소
미국 최대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가 올해 1분기 시장 전망을 크게 밑도는 차량 인도량을 기록했다. 테슬라가 공개한 1분기 차량 생산량은 총 43만 3,371대, 인도량은 38만 6,810대에 그쳤다.
테슬라의 인도량 발표 직전 하향 조정이 이뤄진 월가 컨센서스 기준 44만 9천대를 6만대 이상 밑도는 기록이자, 도이치뱅크와 인도 대수 예측 정확도로 유명세를 탄 트로이테슬라이크의 전망치 40만9천대 수준마저 밑돌았다.
테슬라는 올해들어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내 출하량 감소로 인한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앞서 블룸버그와 중국 민간승용차 분석기관인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 등은 지난 2월까지 테슬라의 중국 상하이 공장 출하량이 1년 만에 19% 줄어든 6만 365대에 그쳤다고 밝혔다.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중국 내 경쟁사인 BYD는 1분기 인도량이 30만 114대로 전년비 +13%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BYD와 니오, 샤오미 등이 뛰어들어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면서 차량 디자인이 노후화하고 가격 인하 여지가 줄어든 테슬라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이번 인도량 부진에 대해 테슬라는 홍해 분쟁으로 인한 부품 공급 차질과 미국 프리몬트 공장에서 생산에 돌입한 신형 모델3 생산 최적화 과정의 문제를 언급했다. 그러나 도이치뱅크는 이에 대해 "생산량과 인도량의 격차가 상당하다"면서 "생산 병목 이외에 심각한 수요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애플과 테슬라 등 기술기업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 견해를 유지해온 월가 애널리스트들도 이번 인도량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1분기 인도량 부진을 예상했음에도 설명이 어려운 재앙과 같다"면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상황을 반전시켜야 할 중요한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시장 조사업체인 캘리버(Caliber)는 올해 1분기들어 미국 내 테슬라의 잠재 고객이 감소하는 추세로 그 원인은 일론머스크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미국 내 전기차 수요 둔화가 뚜렷해지면서 제너럴모터스도 1분기 59만 4,233대, 전년비 1.5% 감소한 판매량에 그쳤다. 전기차 판매량은 20% 급감했다. 이에 반해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차량에 주력한 도요타는 1분기 56만 5,098대, 전년대비 20.3% 증가한 판매량으로 1위 자리를 지켰다.
전기차 시장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면서 이날 테슬라 주가는 개장 초 한때 7% 가량 밀렸으나, 낙폭을 줄여 4.9% 하락한 166달러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저조한 1분기 인도량을 바탕으로 테슬라는 현지시간 기준 오는 23일 1분기 실적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 다우 흔든 보험사…미 정부, 선거 앞두고 강공
미국의 64세 이상 인구와 장애인 등을 위한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플랜의 정부 지원액 감소 영향으로 대형 보험주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유나이티드헬스 그룹이 6.45%로 지난 전산장애 이후 최악의 하락폭을 기록했고, CVS헬스가 -7.2%, 해당 플랜 의존도가 가장 높은 대형 보험사 휴매나는 13% 넘게 급락했다.
미 연방정부는 메디케어 플랜을 통한 환급 비율을 3.7%로 유지한다고 결정했으나, 월가 보험 애너리스트들은 이러한 결정이 지난 1월 제안에서 변화하지 않았고 수익 구조상 실제로는 -0.16% 환급률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휴매나는 지난해 실적 보고서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플랜을 이용하는 회원은 약 540만 명으로 해당 프로그램을 통한 비용 의존도는 14%에 달했다.
미국 내 고가 의약품에 대한 가격 인하 압력도 커지고 있다.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CMS)는 메디케어 프로그램 10개 고가 의약품에 대한 2월 초기 가격 제안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약품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 화이자, 머크, 존슨앤드존슨, 애브비, 암젠, 일라이릴리, 베링거인겔하임, 노보노디스크 등이 제공하는 제2형 당뇨치료제, 심혈관 치료제 등이 포함된다.
한편 이날 개별 종목 가운데 미국 산업을 상징하던 제너럴 일렉트릭의 완전 분사도 시장의 화제를 모았다. 1892년 설립한 제너럴일렉트릭은 주력 사업인 엔진 기술 외에 NBC미디어, GE캐피탈 등으로 확장하다 2008년 금융위기로 긴 부침을 겪어왔다. GE는 2018년 핵심인 전구 사업을 매각한 GE는 다우존스 지수에서 111년 만에 퇴출되기까지 했다.
이후 회사를 재건하기 위해 현재 회장에 오른 래리 컬프는 GE헬스케어를 분사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전담하는 GE버노바도 이날 뉴욕증시에 분할 상장하면서 사업 구조를 단순화하는데 속도를 내왔다. GE 항공부문만 남게 된 제너럴일렉트릭은 사업명 변경없이 GE 옛 이름을 그대로 사용할 예정이다. 다만 GE는 이날 시장 여건 악화와 분사에 따른 기존 기업가치 하락 여파로 2.4% 내린채 거래됐다.
● 치솟은 미 국채 금리…미지근한 고용지표
미 노동부가 이날 공개한 2월 구인이직보고서는 시장 예상과 비슷한 결과를 보여줬다. 일자리 수는 약 875만 6천 개로 시장 예상과 비슷했다. 실업자 대비 구인자 수의 비율로 본 고용 경직도는 1.36으로 전월 1.43에서 하락했다. 이날 지표에 대해 BMO캐피탈은 "구인 데이터 하락은 놀랍지만 전체 노동시장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면서 "연준의 현재 전망에 영향을 주진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의 매파 인사인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준 총재는 이날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2%로 하락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발언 이후 6월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는 60% 밑으로 하락했다.
이러한 여파로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한때 4.4%를 돌파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고용지표 발표 이후 상승폭을 줄여 전날보다 1.2bp하락한 4.353%를 기록했다.
한편 원자재 시장의 불안감도 이날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전날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관에 대한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습으로 헤즈볼라를 지원하던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간부 등 13명이 숨졌다.
이란의 보복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다마스쿠스 공습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동 내 확전 가능성과 공급망 차질 우려로 인해 서부텍사스산 5월 인도분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03% 뛴 배럴당 85.41달러까지 치솟았고, 브렌트유도 배럴당 89달러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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