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폭격 이후 보복을 다짐한 이란이 미국을 향해 "물러나 있으라"고 경고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모하마드 잠시디 이란 대통령실 정무 부수석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란은 네타냐후의 덫에 걸려들지 말라고 미국에 서면으로 요청했다"며 "미국은 공격 받지 않으려면 비켜서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은 이란에 미국 목표물은 타격하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잠시디 부수석은 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군사적 대응에 초경계 태세를 발령한 상태다.
미 CNN 방송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이란의 공격이 불가피하며 이르면 내주 큰 공격이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높은 경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영사관이 폭격을 당해 이란혁명수비대(IRGC) 고위 간부 등 13명이 숨진 직후 자신들은 폭격에 관여하지 않았고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미국 자산을 공격하지 말라고 이란에 통보한 바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날 전 세계 28개 이스라엘 대사관도 이란의 보복이 임박했다는 판단에 따라 문을 닫았다.
이란이 보복의 칼날을 다듬는 사이 헤르볼라도 동참을 시사하고 나섰다.
중동 내 친이란 무장세력 중 가장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레바논의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도 이날 국제 쿠드스(예루살렘의 아랍어 표기)의 날을 맞아 베이루트 남부에서 열린 집회에서 화상으로 등장, 영상 연설을 통해 "해즈볼라는 어떤 전쟁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완전히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영사관을 타격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중동지역에서 어떤 결과를 수반하는 "전환점(turning point)"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이란의 대응은 의심할 필요 없이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테헤란에서는 혁명수비대 간부 추모 장례 행렬이 대규모로 이어지며 반이스라엘 및 반미 정서가 고조됐다.
운구 행렬을 뒤따른 추모객들은 이란,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이스라엘에 죽음을", "미국에 죽음을"이라고 외쳤다.
이번 폭격으로 혁명수비대 정예 쿠드스군 지휘관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와 레바논과 시리아 주둔 쿠드스군 부지휘관 모하마드 하디 하지 라히미, 이 지역의 군사작전을 책임지는 호세인 아만 알라히 등 장성들이 숨졌다.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레바논 주둔 쿠드스군을 지휘한 자헤디는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이 2020년 바그다드공항에서 미국의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한 이후 이란 군대에서 가장 최고위직에 올랐던 인물이었다.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사령관도 이날 테헤란대에서 열린 예배에서 이스라엘이 공습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기로 이란이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오니스트(이스라엘) 정권은 그들이 끼친 피해의 결과를 피할 수 없다. 그 정권은 노출되어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 3일 일찌감치 이스라엘을 향해 "매를 맞게 될 것"이라고 응징을 예고한 가운데 구체적 방식 등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태다. 헤즈볼라와 같은 대리세력을 통해 이스라엘과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으나, 이스라엘을 직접 타격하는 방법을 택할 겨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더 큰 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이란 참전으로 인한 중동 확전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스라엘도 모든 전투부대원의 휴가를 중단했고, 방공시스템 운용 경험이 있는 예비군을 추가로 동원하기로 한 상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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