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한 '마천루 도시'인 미국 뉴욕에서 아직 주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지어진 지 100여년이 넘은 뉴욕의 노후 벽돌 주택들이 지진에 취약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에는 1800년대 중반부터 1930년대 사이 벽돌로 지어진 다가구 주택이 약 20만채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저층 연립주택들은 건축법에 내진 설계 조항이 추가된 1995년 이전에 지어진 데다가, 철근 등으로 보강되지 않은 채 벽돌로만 쌓아 올려 강한 지진에 휘거나 구부러지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 내릴 수 있다.
뉴욕 인근에서 규모 5.5가량의 지진만 발생해도 이러한 노후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금까지 뉴욕 일대에서 일어난 가장 큰 지진은 규모 5.4로 추정되는 1884년 지진으로, 만약 이 정도 규모의 지진이 다시 발생한다면 노후 건물과 기반 시설 등이 입을 피해액은 47억달러(한화 약 6조3천500억원)를 넘을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뉴욕의 공업 회사 MRCE의 수석 내진 엔지니어 제스 리친스는 이날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뉴욕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은 내진 설계 도입 이전에 지어진 오래된 기반 시설과 옹벽, 보강물이 없는 벽돌 건물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뉴욕 인근에서 규모 5.5 정도의 지진이 발생한다면 이러한 건물과 해안 인근 건물들이 일부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며 아주 많은 벽돌 굴뚝이 무너져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시 재난관리국(NYCEM)은 2019년 발간한 도시 위험 관리 보고서에서 어떤 지진이든 뉴욕의 "다리와 터널, 댐, 고속도로와 같은 기반 시설을 해칠 수 있다"며 "뉴욕의 복잡하고 서로 연결된 도시 구조가 지닌 내진 취약성에 대한 이해도는 여전히 낮으며 이는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이 외에 뉴욕 해안의 습지나 황무지 위에 지어진 건물 역시 지진으로 기반이 쉽게 흔들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NYCEM은 경고했다.
다만 뉴욕의 고층건물들은 대부분 내진 설계가 의무화된 1995년 이후에 지어졌기 때문에 규모 6.5 이상의 강진이 닥치지 않는 이상 안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리친스는 "뉴욕의 가장 높은 건물들은 비교적 최근에 지어졌으며, 이번 지진보다 훨씬 더 강한 지진도 견디도록 설계됐다"며 "이 건물들은 뉴욕 가까이에서 발생한 규모 6.0∼6.5 지진도 견딜 수 있다. 이 정도 규모의 지진은 뉴욕 전역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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