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양은 2021년 14살이던 당시 충남 천안 집에서 가출해 인천에서 친구와 함께 이른바 '조건만남 사기' 범행에 가담했다. B(23)씨 등 20대 남성 2명이 시키는 대로 성매매를 하겠다며 남성을 유인해 돈을 뜯어내는 수법이었다.
그러나 A양이 더는 사기를 치기 싫다며 다시 천안 집으로 돌아가자 B씨 등 2명이 뒤를 쫓았고, 다시 인천으로 되돌아온 A양은 재차 범행에 가담했다.
B씨 등은 A양에게 "(예전에 하던 대로) 남자를 만나 돈을 받아오는 일을 다시 하라"며 "위치추적 앱으로 찾아갈 테니 (성 매수 남성의) 차량에 타서 돈을 받으면 도망쳐라"고 시켰다.
B씨 등은 인터넷에서 미성년자 행세를 하면서 성 매수 남성을 물색했다. "소개 글을 봤다"며 연락한 남성과 20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하기로 하고 A양을 보냈다.
A양이 성 매수 남성의 차량에 올라타 "내가 아는 장소로 가자"고 요구하자 남성이 이에 따랐다. A양이 성매매 대금으로 20만원을 받고 차량 뒷좌석으로 이동하자 위치추적 앱으로 따라온 B씨 등이 차 문을 열고 들이닥쳤다.
이들은 "조건만남을 신고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고 윽박지르며 성 매수 남성을 차량에서 나오게 한 뒤 A양에게서는 성매매 대금 20만원을 건네받았다.
그러나 성 매수 남성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한 끝에 B씨 등 2명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강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법정에서 "A양에게 강요에 해당하는 폭행이나 협박을 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A양이 증인으로 법정에 나와 "당시 저보다 나이가 많은 피고인들이 그렇게 말해 겁을 먹었고 내가 (조건만남 사기를) 안 하면 어떻게 될까 무서웠다"며 "협박 같은 건 B씨가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천지법 형사5단독 홍준서 판사는 B씨 등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법원은 A양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B씨 등의 공동강요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홍 판사는 "피고인들이 A양을 협박했는지 판단하려면 우선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해악을 고지했는지를 살펴야 한다"며 "검찰 공소사실에는 단순히 피고인들이 '욕설하며 위협했다'고 돼 있을 뿐 해악의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A양도 경찰 조사에서 피고인들이 욕하거나 화를 냈다고 진술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해악을 고지받았는지 밝히지 않았다"며 "성 매수 남성의 신고로 적발된 A양은 경찰 조사에서도 일부 진술을 바꿨고 피고인들의 강요에 의해 가담했다고 진술할 동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홍 판사는 "A양은 조건만남 사기를 더는 하기 싫어 집으로 돌아갔다고 진술하면서도 위치추적 앱을 삭제하지 않았다"며 "어떤 위해를 입게 될 상황이었으면 앱을 그대로 두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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