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자폭 드론(무인기)과 미사일을 이용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지만, 이중 대부분은 이스라엘군에 격추당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이스라엘군은 14일(현지시간) 이란이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 사이 무려 360여기의 드론과 탄도·순항 미사일을 날려보냈지만 이 중 99%를 요격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란 입장에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 주요도시를 공습할 때 동원하는 드론·미사일 수의 거의 세배를 한번에 쏟아붓고도 효과를 내지 못한 셈이다.
이란은 자국에서 1천㎞ 이상 떨어진 이스라엘을 공격하는데 자국제 샤헤드 드론 170대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 중 대부분은 프로펠러 엔진이 달려 이스라엘에 닿는데 6시간이나 걸리는 구형의 샤헤드-136이었고, 일부는 제트 엔진이 탑재돼 3배 이상 빠르게 움직이는 샤헤드 238이었으나 이스라엘 영공에 닿지 못한 채 모두 격추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이에 더해 순항 미사일 30발과 탄도 미사일 120여발도 함께 발사했다고 이스라엘군은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란이 사용한 순항 미사일이 최근 개발된 파베-351(Paveh-351)로 추정되며 발사 후 이스라엘에 도착하는데는 최소 2시간이 걸린다고 보도했다.
최고 속도가 음속의 몇 배에 이르는 탄도 미사일은 이보다 훨씬 빨라서 불과 15분이면 이스라엘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순항미사일 25기가 (이스라엘) 영토 바깥에서 격추됐고 탄도 미사일도 이스라엘 영공에 진입한 건 소수(a few)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란은 다수의 드론으로 이스라엘 방공망을 과부하시킨 뒤 미사일로 최대한의 피해를 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시다르스 카우샬 연구원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공격의 규모를 볼 때 이건 경고성 조처가 아니라 실질적 피해를 주려고 계획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불과 5년 전인 2019년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석유 탈황·정제 시설인 아브카이크 단지와 인근 쿠라이스 유전은 20∼30기의 자폭 드론과 미사일 공격조차 버티지 못한 채 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그런데 그 10배가 넘는 규모의 공격에도 이스라엘이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건 이란에 상당히 곤혹스러운 결과일 것이라고 카우샬 연구원은 지적했다.
원인으로는 아이언돔을 비롯한 이스라엘의 다층 방공체계가 우선적으로 거론되지만, 확전을 꺼린 이란이 공격 전 충분한 시간을 줬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을 막아내는데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림 아미나크 전 이스라엘 참모총장 재무보좌관은 현지 매체 와이넷(Ynet)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군 대공미사일인 애로우는 한발당 350만 달러(약 48억원), 다윗의 물매는 100만 달러(약 13억8천만원)이 든다면서 100발이 넘는 이란의 순항·탄도 미사일을 잡아내는데 쓴 대공미사일과 여타 비용이 "40∼50억 세켈(약 1조5천억원∼1조8천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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