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대한 미국 정부의 '통 큰' 반도체 지원금 규모가 어제 저녁 발표됐죠.
삼성은 이에 화답하며 미국에 우리 돈 62조원가량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히며 TSMC와의 정면 승부를 예고했습니다.
박해린 산업부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죠.
박 기자, 당초 삼성이 20억~30억달러 정도 받을 거란 예상이 있었는데, 이보다 훨씬 큰 규모로 발표됐죠. 어느 정도 수준인 겁니까?
<기자>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에 반도체 보조금 64억달러, 우리 돈으로 따지면 약 8조8,500억원 규모의 현금 보조금을 주기로 했습니다.
이에 삼성전자는 미국 투자를 170억달러에서 450억달러로 2030년까지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한화로 따지면 62조원 규모입니다.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 대비 미 정부의 보조금은 약 16%입니다.
보시다시피 투자액 대비 현금 보조금 지급 비율로만 보면 삼성전자가 인텔과 TSMC 보다 높죠.
한마디로 경쟁 회사보다 투자는 적게 했는데 지원금은 더 많이 챙긴 셈입니다.
이런 '통 큰' 결정은 미국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매출 기준 1, 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를 끌어들여 자국 반도체 산업을 빠르게 키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앵커>
삼성전자의 미국 내 투자 규모도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겠다는 겁니까?
<기자>
기존에 짓던 파운드리 공장 한 개에 더해, 파운드리 공장을 추가 건설하고, 최첨단 패키징 라인과 연구개발 시설도 건설할 계획입니다.
첫번째 테일러 반도체 공장은 2026년부터, 두번째 공장은 2027년부터 4나노미터 이하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입니다.
이 같은 행보는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TSMC와 인텔 등 파운드리 시장의 경쟁자들과 정면 대결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힙니다.
미국은 엔비디아·퀄컴·AMD 등 세계 유수 팹리스가 다수 포진해있죠.
지금까지 주로 TSMC 대만 공장이 이들의 수요를 감당해왔습니다.
이 시장을 두고 파운드리 1위인 TSMC, 파운드리에 재진입한 인텔이 삼성전자를 역전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들과 정면 승부를 하려면 미국 고객과 인접한 곳에서 반도체 완제품을 납품할 완전한 생산기지를 갖춰야 한다고 판단하고,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앵커>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TSMC 역시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요.
<기자>
TSMC는 당초 400억 달러로 계획했던 투자 규모를 650억 달러까지 확대했고,
여기에 미국 애리조나주에 세 번째 반도체 생산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TSMC는 이미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 2개를 짓고 있는데, 이번 투자 확대로 1~4나노 공정을 모두 커버하는 3개의 팹을 건설한다는 겁니다.
대만 기업인 TSMC가 미국 본토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양안간 갈등 고조와 미중 전략 경쟁, 대만 지진 등으로 인한 생산 차질 리스크 등을 단번에 해소했다는 평가입니다.
파운드리 1위인 TSMC 역시 미국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삼성에게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TSMC에 의존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다양한 이유로 공급처 다변화를 모색 중이기에, 대만 독점 시장 구도를 깨고 삼성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입니다.
TSMC는 파운드리만 하는 한편, 삼성전자는 메모리부품부터 생산과 패키징, 테스트까지 '토탈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제품 수주 단계에서부터 발주사들과 머리를 맞대야 하는 파운드리 산업의 특성상 미국 내에서 이런 전 과정이 가능해지면 제품 수주는 훨씬 유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테일러 공장이 2나노 공정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 TSMC와의 격차를 좁힐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한 2나노 양산으로 TSMC와의 초미세 공정 경쟁을 본격화하며, 점유율 격차를 줄여갈 것이란 겁니다.
결국 미국 내에서 텍사스 대 애리조나의 치열한 경쟁 구도가 예상됩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