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반도체 기업에 지급하는 대규모 보조금 책정이 일단락됐습니다.
인텔과 TSMC에 이어 삼성전자도 64억달러, 우리 돈 약 8조 9,000억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받고 미국 본토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구축합니다.
박해린 산업부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 기자, 미국 정부가 일시금으로 주는 겁니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지급되는 겁니까?
<기자>
한국 정부가 주로 활용하는 세액공제, 즉 세금으로 내거나 낼 돈을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약속한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보조금 지급에 대한 세부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인텔과 TSMC의 경우에도 보조금 지급에 대한 일정은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일시금으로 받기 보다는 삼성이 투자 약속을 지킬 때마다 순차적으로 지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미국 반도체에 450억달러, 우리 돈 62조원을 투자합니다.
기존에 짓던 파운드리 공장에 더해 파운드리 공장을 추가 건설하고, 최첨단 패키징 라인과 연구개발 시설도 건설할 계획인 데 시점에 맞춰 보조금을 분할해 받을 것이란 겁니다.
<앵커>
박 기자,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순차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다 보면, 정치적 리스크가 따르는 것 아닙니까?
<기자>
물론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긴 합니다만 지급이 중단되거나 축소되는 리스크는 적다는 시각이 더 우세합니다.
반도체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이러한 지원은 첨단 반도체의 공급망을 자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경제·안보 전략의 일환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칩스법'을 제정해 향후 5년 동안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 확대에 520억 달러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지원합니다.
이로써 현재는 제로에 가까운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을 오는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고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고요.
현지에선 칩스법 2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정치적 리스크에 따른 부정적 변수는 크게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입니다.
특히 삼성전자가 천문학적 투자를 단행하는 생산기지는 공화당 텃발인 텍사스주에 있습니다.
연말 대선에서 만에 하나 정권이 바뀌더라도 보조금 지급에 대한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박 기자, 이번 대규모 투자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기지의 중심이 국내에서 미국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요.
<기자>
투트랙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국내에 반도체 생산과 연구개발의 핵심 시설을 두고,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이자 글로벌 팹리스 업체들이 포진한 미국에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겁니다.
이번에 미국 투자 규모를 크게 늘리긴 했지만 앞으로 예정된 국내 투자 규모도 훨씬 큽니다.
용인에는 2042년까지 300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고요.
평택에도 메모리와 파운드리 라인 6개를 구축, 공식적인 투자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약 18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핵심 기술인 2나노 미만 최선단 공정은 기술 유출 우려 등에 미국이 아닌 국내에서 생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국내외 공격적인 투자로 삼성은 2026년부터 텍사스 공장에서 4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를 생산,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와 첨단 파운드리 분야에서 정면 승부에 나설 전망입니다.
오늘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은 오늘 자신의 SNS에 이번 보조금과 현지 투자 소식을 알리며, "삼성전자 반도체의 50년 꿈에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경 사장은 "최첨단 제조시설을 완공하면 미국 파트너 및 고객과 더 가까워질 것"이라며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동시에 미국에서 생산한 최첨단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파운드리 최강자 TSMC와 메모리부품부터 생산과 패키징, 테스트까지 '토탈 솔루션'을 내세운 삼성간 미래 50년 반도체 패권을 건 진검승부의 막이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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