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현지시간 16일 워싱턴D.C.에서 티프 맥클렘 캐나다 중앙은행장과의 토론 중 올해 기준금리에 대한 새로운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주식시장 하락의 빌미가 된 금리 정책인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를 연상케 하는 그의 발언으로 채권 금리가 뛰고 달러 인덱스가 폭등하는 등 시장이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였다.
현지시간 16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전날보다 10.41포인트, 0.21% 하락한 5,051.41로 5천선을 가까스로 지켰다. 나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낙폭을 줄여 19.77포인트, 0.12% 내린 1만 5,865.25에 장을 마쳤다. 반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구성 종목인 유나이티드헬스의 강세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다우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63.86포인트, 0.17% 상승한 3만 7,798.97로 마감했다.
금값은 미 연준의 금리인하가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음에도 지정학적인 불안감에 상승을 보였다. 금 선물 가격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전 거래일 대비 0.99% 상승한 온스당 2,406.5달러까지 뛰었다. 달러 인덱스는 장중 파월 발언 여파로 107포인트를 넘어선 뒤 상승폭을 줄여 전날보다 0.12% 오른 106.34를 기록했다.
● 기약없는 금리 인하…파월 결국 돌아섰다
이스라엘-이란간 분쟁 여파가 가라앉기도 전에 연준의 매파적 행보에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토론에서 올해 석 달간의 견고한 인플레이션 지표를 언급하며 경기 둔화 조짐 없이 금리를 내릴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최근의 지표는 우리에게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했다"면서 "이러한 확신을 얻기까지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미 노동 통계국이 공개한 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체 항목 기준 전월대비 0.4%,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경우에도 0.4%로 예상을 뛰어넘었다. 전년대비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3.8%로 상승 속도가 가팔라졌다.
제롬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은 이러한 인플레이션 지표 상승으로 인해 연준위 정책에 분명한 변화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준 총재와 미셸 보우먼 이사 등은 인플레이션이 정체를 보이거나 상승하는 경우 금리를 인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비쳐왔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준 총재는 전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으로 하락한다면 올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이 또한 물가지표에 따라 정책 경로가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정책이 우리가 직면한 위험을 처리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현재로서는 노동 시장의 강세와 지금까지의 인플레이션 진행 상황을 고려해 제한적인 정책이 더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준을 이끌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여러차례 시사해왔던 파월 의장의 이같은 입장 변화는 이날 오후 주식, 채권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미 단기 국채를 대거 매도하면서 2년물 국채금리는 5개월 만에 처음 장중 5%선을 돌파했다.
대다수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6월 인하 가능성을 포기했고, 선물 트레이더들을 통해 집계한 예측도 이제 9월 이후 한 차례로 좁혀지기 시작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가 제공하는 페드워치(FedWatch) 기준 금리 동결 확률은 5월 98.1%, 6월 84.8%, 7월 58.5%에 달한다. 이후 9월 25bp~50bp 인하 기대치가 64%로 올라섰고, 대선 이후인 11월, 12월까지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 하락장에도 눈에 띈 모건스탠리…금리 타격 뱅크오브아메리카
시장이 힘을 잃고 추락하는 시기임에도 실적을 바탕으로 한 종목들은 눈에 띄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석 달간 자본시장 거래가 활기를 찾은 영향으로 투자은행을 주력으로 해온 모건스탠리가 1분기 깜짝 실적을 냈다. 모건스탠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당순이익이 전년대비 14% 늘어난 2달러 2센트로 예상 1달러 66센트를 웃돌았다. 핵심인 투자은행 부문은 IPO, 채권 발행이 늘면서 전년대비 16% 실적이 늘었고, 자산관리 부문도 구조화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한 덕분에 전년대비 4.9% 증가한 68억 8천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
테드 픽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는 "전 부문에 걸쳐 모멘텀이 형성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수 년에 걸친 M&A 주기의 시작으로, 지금부터 3~5년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이날 회사의 주가 상승폭을 키웠다.
반면 미국 2위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양호한 실적을 내고도 저금리 시기 끌어안은 채권의 미실현손실과 소비자부문의 대출 손실을 대비한 상각액의 증가를 우려한 투자자들로 인해 3.5% 급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공개한 올해 1분기 특별충당금을 뺀 조정주당순익은 83센트로 월가 전망치 76센트보다 높았다.
은행의 기초체력인 순이자이익은 140억 3천만 달러로 전년대비 3% 줄었지만, 예금 잔고가 3조 9,300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실적 기반을 넓어졌다. 다만 대출 손실에 대비한 상각액이 15억 달러로 전년대비 26% 증가했다. 이러한 실적에 대해 알라스테어 보스워 최고재무책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가 순이자이익의 저점으로 하반기 성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대형 보험업체인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지난 2월 계열사 체인지 헬스케어에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고 여파에도 시장 전망을 웃도는 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당시 체인지 헬스케어가 의료 처방전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이에 대한 복구 비용과 보상으로 16억 달러를 책정했는데, 시장 분석보다 적은 지출로 인해 빠른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유나이티드헬스는 또한 연간 전망치에서 조정주당순익은 27달러50센트~28센트, 매출 전망치 998억 달러로 월가 예상 이상의 수치를 제시하는 등 낙관적 발표로 이날 하루 5.2% 급등했다.
● 보복 고심하는 이스라엘…각국 확전 막으려 외교전
지난 주말 이란의 대규모 공습을 연합군과 함께 막아낸 이스라엘은 사흘째 전쟁 내각 회의를 열어 보복 방향을 논의했다. 이스라엘이 요격한 이란 탄도 미사일을 공개한 다니엘 하기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현지 매체를 통해 "이란이 이번 공격에 대해 면죄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하지만 실질적인 의사결정 주체인 전쟁 내각은 불협화음 속에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강경파인 베니 간츠 전쟁 내각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 주간지가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전략적으로 현명한 지혜를 발휘해 대응할 것"이라며 "전세계와 지역 동맹국, 미국과 협력하며 대응 시기, 방법을 선택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날 벤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집권여당과 만난 자리에서 밝힌 "영리한 대응"과 맥락을 같이 한다.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중국을 찾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 이번 공습 방어에 핵심적 역할을 해온 각국 정상들은 이란과 이스라엘 양측에 자제할 것을 잇따라 촉구하고 있다.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후속 조치로 유대계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되도록이면 제한적이고 현명하게, 전략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며 "보복은 이스라엘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확전 자제를 요청했다. 한편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날 세계은행-IMF 연차 총회에 앞서 마련한 연설에서 "이란의 테러자금 조달을 방해하기 위한 모든 옵셥이 테이블에 있다"며 우회적인 제재에 착수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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