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을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이어 연준 주요 인사들이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채권금리가 급등하고 뉴욕증시는 올들어 최장 하락세를 연장했다.
현지시간 18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전 거래일보다 11.09포인트, 0.22% 내린 5,011.12, 나스닥은 81.87포인트, 0.52% 밀린 1만 5,601.5를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22.07포인트, 0.06% 상승한 3만 7,775.38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 보험사와 항공사 등이 양호한 실적 발표 이후 시장의 추가적인 하락을 막았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 하락까지 더해져 시장은 상승세로 돌아서지 못했다.
● 금리인하 확률 더 낮아졌다…심상찮은 연준 기류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이틀 전 캐나다중앙은행과의 토론 중에 2% 금리에 대한 확신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밝힌 뒤 주요 인사들의 발언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파월 의장의 복심을 대변해온 존 윌리엄스 뉴욕 연준 총재는 이날 세마포 세계 경제 서밋에서 "금리인상은 제 기본 가정은 아닙니다"라면서도 "만일 데이터(경제 지표)가 우리에게 목표 달성을 위해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우리는 분명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윌리엄스 총재는 미국의 견고한 경제 여건과 지표가 매우 양호하다면서 "금리인하가 시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공개된 그의 발언 직후 미 국채금리가 일제히 상승폭을 키우는 등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이날 오후에 이어진 연준 인사들의 발언도 시장에 공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올해 투표권을 보유한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준 총재는 플로리다 로더데일에서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라면서 "금리인하를 인내할 만한 여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달 소비자물가지수 공개 직전까지 올해 연말 한 차례의 금리 인하를 주장해온 보스틱 총재의 입장은 보다 매파적으로 돌아섰다. 그는 "올해 말까지, 금리를 인하할 위치에 다다를 만큼 인플레이션은 충분히 둔화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연내 인하를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준 총재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질문에 "잠정적으로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한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보고, 금리인하는 2024년 이후로 미룰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준 인사들의 이같은 발언에 미 국채금리는 동반 강세를 보였다. 금리에 민감한 2년물은 5.8bp 상승한 4.99%로 5%선에 다시 근접했고, 10년물은 5.2bp 뛴 4.637%까지 치솟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선물 거래를 바탕으로 금리 향방을 확률로 보여주는 페드워치(FedWatch)는 25bp인상 전망까지 등장했다. 오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부터 7월까지 동결 가능성이 우위에 있지만, 한동안 사라졌던 인상 확률이 약 1.7% 수준으로 올라서는 등 위기 징후가 커졌다.
다만 채권 시장의 실질적 움직임을 지켜봐온 '채권왕'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 채권운용책임은 이날 CNBC 클로징벨을 통해 "경제 지표가 도와준다면 연준이 올해 1~2차례 인하할 것"이라며 "연준은 100bp 인하도 가능하지만 인내하고 있다"고 상반된 견해를 밝혔다.
● TSMC, 반도체 희망 못 살렸다…넷플릭스도 정점 우려
전세계 첨단 반도체 공급을 전담하다 시피하고 있는 대만의 TSMC는 전날 깜짝 실적을 쓰고도 뉴욕증시에서 4.86% 급락했다. TSMC는 1분기 매출이 우리 돈 25조 1,700억 원으로 전년대비 16.5% 증가하고, 순익은 9조 5,800억 원으로 8.9% 증가해 월가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는 "인공지능에 대한 수요는 만족시키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밝혔는데, 이 영향으로 엔비디아가 0.76%, AMD는 0.69% 상승 전환했다.
하지만 TSMC 주가는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 이상에서 10%로 다소 낮춘데다, 부문별 실적도 고성능 반도체는 3% 성장했지만 스마트폰이 16% 줄고, 차량용은 0% 성장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날 ASML이 이날 2% 추가 하락하는 등의 여파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어제에 이어 1.66% 급락을 이어갔다.
기술주 반전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 넷플릭스도 이날 시간외에서 한때 7% 넘게 하락했다.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단속의 효과로 1분기 유료 구독자가 예상치 459만 명의 2배 가까운 933만 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가 밝힌 1분기 순이익은 52억 달러로 예상치 45억 2천만 달러를 넘어섰고, 매출도 93억 7천만 달러로 예상 92억 8천만 달러보다 높았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2분기 매출 전망치를 맞추지 못한데다, 다음 분기부터 지금까지 확보한 구독자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불신을 키웠다. 그렉 피터슨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는 실적 발표 스트리밍을 통해 "이번 변화는 우리가 비즈니스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핵심 지표에 무엇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구독자 순증 규모는 지난해 1분기 175만 명에서 작년 4분기 1,312만 명까지 폭증한 뒤 올해 1분기 933만 명으로 증가폭이 둔화했다. 이에 따른 2분기 매출 전망은 94억 9천 만 달러로 시장 컨센서스인 95억 4천 만 달러보다 낮게 제시됐다.
주요 종목 가운데 테슬라는 그동안 낙관론을 펴오던 도이치뱅크가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추고 목표주가는 현재보다 35% 낮은 123달러로 제시한 여파에 종가 기준 150달러를 내줬다. 도이치뱅크는 테슬라가 저가 전기차인 모델2의 생산을 보류하면서 추가적인 마진 압박을 받을 수 있고, 로보택시는 즉각적인 상용화가 어려울 수 있다며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이번주 연이어 실적을 공개한 항공주 가운데 알래스카 항공은 보잉 기종의 운항 차질에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해 4% 뛰었다. 해킹 사고에도 깜짝 실적을 쓴 유나이티드헬스는 이날도 2.96% 올라 사흘 연속 상승세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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